악몽성의 주인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악몽성의 주인이라니. 그런 성의 주인은 꽤나 못된 인물이겠군. 처음 표지를 봤을 때 했던 생각이다. 특히 창을 한손으로 쥐고 서서 입을 굳게 다문채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검은 의상의 무인을 보며, 그의 양 어깨에 걸친 뿔 처럼 뭔가 기이하고 기분 나쁜 저주의 내용일꺼라 생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악몽성의 주인은 검은 남자의 앞에 서 있는 하얀옷의 꼬마 아이였고, 뒤의 검은 남자는 이 하얀 꼬마의 요리사였다..이게 어찌 된 표지 반전(.?)인가 하면, 하얀 꼬마가 주인으로 있는 악몽성은 텐손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기담 같은 건데, 그 지역 사람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꿈을 꾸게 된다는 꿈 속의 성이다. 그 안에서 음식을 먹거나, 보물을 가져오거나 하면 영원히 악몽성을 꾼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금의환향을 해야 할 노부르 장군은 되려, 정치적 음모로 본국에서 가장 외지인 텐손의 신임 영주로 부임하게 된다. 장군은 텐손에 이르러 꿈을 꾸게 되었는데, 그 자신이 악몽성의 주인을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 요리사가 되었다. 장군(이자 영주)에서 요리사로 되어 버린건, 어찌 보면 굴욕이랄 수도 있는데, 이 노부르 장군이란 사람은 성격이 유해서 (어차피 꿈 속이라서.?) 요리사 역할을 즐기게 된다. 어차피 현실의 영주가 하는 일이라곤, 물 긷는 일이 주로 였고, 엉겁결에 한 결혼도 차라리 꿈 속으로 도피하고픈 현실이 되었기에, 노부르 장군은 점점 꿈 속 일상을 선호하게 되고, 한편 텐손 마을에는 땅 속에서 지상으로 뿔 같은것이 나와 점점 커지고 두꺼워 졌다. 그 뿔은 악몽성과 비슷한 형체를 띠어 가고,그러던 어느날, 텐손 사람들이 영주와 악몽성의 관계를 눈치채고 악몽성의 주인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게 되고, 이 때문에 악몽성의 주인은..

 

책을 받을 때, 최소한의 정보(제목과 표지그림만 보고 내용 상상, 띠지 안 봄. 심지어 작가가 누군지도 안 봄.)만 가지고 읽기 시작하기에, 악몽성의 주인이 표제작이고, 이 책은 사실 물을 주제로 한 4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란걸 깨닫게 되었을 땐, 아쉬웠다. 악몽성 이야기로 쭉 밀고 가도 재밌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머지 3편의 단편에 정이 쉽게 붙질 않아서 손에 놨다가 한참후에 다시 보게 되었다. 표제작이 제법 흥미진진 했던 반면, 나머지 3편은 그냥 보통 정도의 재미를 느꼈던 건 사실. 허나, <녹의 샘>이란 작품은 나머지 3편 중에서도 제법 흥미로웠다. 물을 주제로 한 단편집이라면, 이 녹의 샘이 가장 주제의식을 잘 드러낸것 같다. 그래서 일까 녹의 샘의 첫 그림은 표지로 해도 괜찮을 정도의 공을 들인 그림이라는게 느껴졌다. 마도사가 칼을 땅에 꽂으면 그 자리에서 물이 솟아나오고, 그 마도사는 물을 솟아나게 하는 댓가로 마을 사람들과 거래를 하는 그런 균형을 유지해야하는 마을의 이야기.  아,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작가인 이치코 이마는 <백귀야행>시리즈로 유명한 모양이다. 아직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은 한 번 쯤 들어본 그런 작가의 그림. 전체적으로는 민담을 엮은 기담집을 살펴 본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역시 나는 '악몽성'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무시무시함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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