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 데이즈 1
나가하라 마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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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낮잠을 자는 커플이구나.

 

 

첫 인상이었다. 제목도 슬로우리 데이즈니 느긋하고 달달한 연애담을 담은 작품이겠거니 했다. 책을 덮고 침대에 누운 내 귀에 들려오는 이 고전적인 멜로디는, 이 작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다장조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작곡가는 무려 모차르트.! 곡 명은 <엘비라마디간>. 영화로도 있다는 그 엘비라마디간. 사랑하는 두 남녀. 모든것은 사랑으로 극복하겠어요. 하지만 이 배고픔은 어떡해야 하나요. 정말 보다보면 배고파서 슬퍼지는 영화, 아니, 만화 <슬로우리 데이즈>. 1화를 보고나자, 계속 엘비라마디간의 선율이 머리에서 재생된다. 

 

하나와 나가루는 대학생이고, 사랑에 빠졌고,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저 동거에 들어가지만, 현실은 돈 버는게 없는 두 사람에게 냉정하지. 하나의 언니에게 바보 취급까지 당하면서 겨우 들어온 둘 만의 보금자리.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만큼 주위에도 폐 안 끼치고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하지만, 실수 연발로 바보 커플의 오명을 쓰게 되는 그야말로 바보 커플.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나날이 깊어간답니다하는 스토리.

 

 나가루가 하나에게 만들어주는 '하이디' 빵 이란게 있는데, 인상깊은 제빵과정이었다. 제대로 된 그 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나가루는 테러리스트 취급까지 받게 되는데, 사실 그 상황이 코믹한 지경은 아니지만,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 줘야 진심 아님.? 하는 메시지가 귀염성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다장조, <엘비라마디간>을 틀어놓고 본다면, 더욱 그럴싸한 작품.

 

아, 나도 저 표지처럼 한가한 낮잠을 자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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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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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따스한 그림의 만화였다. 어머니와 고양이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그려낸 내용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전업 주부로서의 어머니는 하루종일 집에 계시기 마련인데, 이런 일상에 고양이가 들어온다면.? 하는 가정에 긍정적인 예로 들기에 아주 좋은 작품이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싫어하시지만, (어머니의 엄포를 보고, 타이츠가 쭈볏쭈볏 뒷 걸음질로 숨는 장면이란.) 결국 관대하게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셨다. 그러고나자 어머니는 타이츠 매니아가 되어버리셨고, 이런 어머니의 모습은 아들의 '오늘의 일기'를 통해 기록으로 남는다. <나도 타이츠를 좋아하지만, 엄마한텐 못 당합니다.> 이 만화의 가정이 딱히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하나로 모여 소통 하게 되었다는 식의 가정은 아니고, 원래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었는데, 타이츠(줄무늬가 스타킹 줄무늬 닮았다고 타이츠;)가 들어옴으로써 원래의 정이 넘치는 가정이 더 따스해진 가정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포근한 가정의 온기를 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너무 온기롭기만 하면 나른하고 지루하기도 하므로, 한 챕터에서는 타이츠를 따라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다. 정확하게는 타이츠의 눈이 되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는건데,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따라가보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 고양이를 선물 해 볼까 하는 용기를 심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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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하루의 일상
히구치 니치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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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도 폴짝 폴짝 달려오는 것. 혀로 손바닥을 촐싹 맞게 핥아대면서 꼬리는 살랑 살랑. 그야말로 온 몸으로 난리브루스를 추던 것. 지금껏 기르던 개, 강아지들은 다 그랬다. 다들 어느 날엔가 홀연히 사라져버려서 지금은 기르는 개, 강아지는 없지만, 개네들을 기를 때의 기억은 간지럽고 기분 좋은 것으로 남아있다. 이 책 코하루의 일상은 내가 강아지를 길렀던 그 때 그 느낌들을 다시 생각나게 해 주었다. 강아지 코는 언제나 젖어 있다는 노래를 배워서, 그 노래를 불러주며 토미의 코를 건드렸던 기억이나, 굳이 목줄을 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실례하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따라 잘만 산책했던 누룽이. 결국 진돗개라고 데려왔지만 결국 똥개임이 증명 되어버린 멍텅구리 진돌이같이 강아지 때 부터 홀연히 떠나기(헉ㅠ)까지 함께 했던 그 녀석들의 말랑말랑하고 젖어있는 코, 거품물고 있는 입(아...견병.?), 잘 빗어서 날 닮아 윤기가 흐르던 털 같은 특징적인 기억들이 개 냄새와 함께 만화 안에 녹아 있다.

 

 주인공 강아지인 코하루 요 녀석은, 퍼그 종이라서 못 생겼다. 못 생긴게 매력인 이 종의 특징은, 하는 짓마다 그 얼굴 때문에 우스꽝스럽다는데에 있는게 아닐까. 험상궂은 동물 애호가 코노스케는 코하루를 입양하는데, 이 녀석 하는 행동이 가관이다. 쪼그마한게 에너지가 넘쳐나가지고, 엄청 뛰어 다닌다. 강아지 헥헥 거리는 소리가 책장 너머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랄까. 이 녀석이랑 얼굴 한 번 부빅하면, 진짜 부드러울꺼 같다. 그런데, 이 녀석 표정이랑 하는 행동이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아저씨의 그것과 오버랩되자 자꾸 그것만 떠오르는 주인 코노스케처럼, 그 장면은 이 만화의 자폭지점인거 같다. 너무 웃기긴 한데, 코하루가 마냥 귀여워 보이지는 않게 되는 장면이 되기도 했으니까.

 

코하루와 함께 한 봄,여름,가을,겨울. 이 책을 읽고 나면, 강아지와 함께 신나게 놀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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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는 메리 1
우시키 요시타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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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하면 영국의 블러드 메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메기..."ㅇㅇㅇ 어라, 메리가 아니라 메기였구나. 아뭏튼, 만화로는 이 '꿈을 먹는 메리'가 한동안 생각이 났다. 그 이유는... 줄여서 '꿈메리'라고 부르는 어감이 좋아서였던 듯.? (수습하자) 꿈메리는 제목 그대로, 꿈을 먹는 이야기다. 꿈을 꾸는 것도 아닌, 먹어버린다는 것은 아마도 다크 사이드. 주인공 소년은 손가락을 겹쳐서 상대방을 보면, 상대의 오오라를 색으로 볼 수 있다. 이 색깔 나는 능력으로 딱히 할 줄 아는 것은 없는것 같지만, 상대방의 오오라 색깔이 검은 색일 경우. 이 사람은 악몽을 꾸고 있거나, 악몽에 시달릴 예정이란것은 확실한듯 하다. 소년 본인이 악몽(고양이 병정들의 집단 구타.???)에 시달리고 있는 요즈음. 꿈속에서 메리라고 하는 소녀가 구해준다. 꿈속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깨보니, 실재하는 소녀 메리. 우여곡절 끝에, 꿈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잠입해오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게 좋은 의도가 아님을 깨달은 두 사람(메리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라 해야 할까.?)은 동맹을 맺고, 몽마들을 찾아다니는(정말 찾아다닌다) 이야기. 표지그림만 보고는 마냥 귀여운 이미지인 줄 알았던 메리. 허나, 이 애는 ㅊㄷㄹ 속성을 지녔다는게 이 작품에서 가장 의외였다. 느낌상 오래 못 갈 것 같은 만화(이런 종류의 내 느낌은 정확하게 적중한다)지만, 소년과 메리 사이에 밝혀지지 않은 10년 전 이야기의 진실과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냐에 따라서 선방 할 수도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주먹으로 날리는 소년 만화지 특유의 육탄씬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츤츤대지만 귀요미대는 메리 메리 꿈메리를 보면서 쉬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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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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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초속 5센티미터> 라는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개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즐겨보던 영화 잡지 같은데서 이 애니메이션(이하 5cm/s)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에 대해 다룬 기사가 많았던거 같은데, 그만큼 나름 반향이 컸던 작품이었던것 같다. 심지어 대학 1학년때 교양 과목으로 들었던 한 과목에서는,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라는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교수님의 열성적인 주재로 감상과 토론 수업(작품의 소재는, 평행우주.)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을 정도니, 감독 이름 만큼은 머리 속에 남아있게 됐다. 그 작품 '구름'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날으며 보게되는, 석양의 빛을 그렇게나  사실적으로 묘사한 애니 영상은 그 이후로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빛의 묘사가 일품이었다고 기억되는 작품이었다. 헌데, 이 감독의 대표작은 <초속 5센티미터>인 모양인데, 강의 과제와 토론으로 '구름'을 접한 뒤에는,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버려서, 5cm/s에 대한 감상의 여유는 오늘날까지 미루고 있었다. 그랬는데, 나의 문화 후원자이신 '이케부쿠로 저녁 10시 방황녀♡'께서 필히 권하여 주신고로, 4,5년의 세월 뒤에 다시 조우하게 되었다. 허나, 이번에는 애니가 아닌, 소설의 형식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초등학교 때 부터 어울려 다니던 소년과 소녀가 중학생이 되면서 서로 떨어지게 되고, 그 좋아하는 마음은 순애보적으로 고등학생을 거쳐 어른이 되고, 서른이 되는 15년 후에도 간직되지만, 그 둘의 관계는 행복하게 유지 되지 못하고, 아픔을 동반한 떠올림(기억, 추억)으로 자극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다룬 얼개는 십대를 거쳐, 이십 대 후반, 서른이 된 성인 남여의 공통된 인생 경험이 아닐까. 소설 5cm/s에서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1화에서, 그들이 떨어지게 되고 난 후 소년의 모습을 2화에서, 어른이 되고 '그 애'를 '그 또는 그녀'로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3화에서 보여준다. 백미는 1화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기 전에, 아카리(여 주인공)를 만나러 가는 타카기(남 주인공)의 하룻밤(어머나.?!)을 다룬 장면이다. 눈이 내리는 바람에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4시간이나 훌쩍 지난 뒤에야 약속 장소에 도착한 소년은. 늦은 밤 11시까지 기다려준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는 소년을 위한 도시락을 싸 왔고, 소년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린다. 석유 난로의 열기와 기다림 받은 시간이 섞인 따뜻하고 맛난 도시락. 소녀는 소년에게 편지로 얘기했던 벚나무아래에서 인생의 첫 키스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옆의 오두막에서 밤새도록...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게 둘의 마지막 순간이며, 15년 뒤까지도 가장 특별했던 일이 된다. 어른이 된 아카리와 타카기의 현재 모습은 그 둘이 주고 받을 수 있었던 편지의 다짐대로 현실화 된 면도 있고, 어긋나 버린 면도 있더라.

 

 권말의 작가 후기에 보면, 2007년에 애니가 개봉하고 나서, 틈틈히 자기 영화를 소설화 해서 써 두었던것을 책으로 내었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영상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을, 글로써 전하고자 했다는 말이라고 판단한 나는, 책을 다 읽고 영상을 보았다. 상호 보완적일 것이라는 작가(감독)의 말 처럼, 확실히 소설과 애니의 상호 보완이 어떤식으로 작용하는지 구경하는 경험이 되었다. 세상에 나오기는 애니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소설이 나온 격인데, 두 형식의 5cm/s를 다 본 지금의 나의 감상은, 애니가 소설을 보조한다라는 느낌이랄까. 감독이 영상을 만들면서, 표현의 한계를 느껴 아쉬워 했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소설은 묘사의 부연이 많은 편이다. 그러니까 나는 소설이 애니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더 섬세하고 상냥해서 좋달까.영상만으로는 그냥 아무 의미없이 지나치는 장면들이, 소설에서는 의미를 갖고 있게 되더라. 또 소설이 애니보다 재독할때 눈과 뇌가 재미있다. 왜, 영상은 눈으로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좇을 수 있어서 다시 봐도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는 적지만, 글은 한 글자 한 글자 눈으로 좇아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전혀 새로운 문장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가. 위런 이유로, 해석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봤을때는, 소설쪽이 더 재미있다. 그래도 역시, 5cm/s는 소설과 애니 양 쪽을  순서가 상관없어도 좋으니, 둘다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초속 5센티미터>의 소설로 표현 할 수 없는, 영상만의 특혜는, 구름과 바람과 햇빛의 정교하고 섬세한 시각화라고 생각하므로, 또 우리가 잘 모를 일본의 일상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건 역시 애니 영상의 공로다.  

 

 소설과 애니의 스토리 상의 '의도한 다른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애니에서는 어른이 된 타카기가 철도 건널목을 지나가다 우연히 지나가는 여인을 돌아보고 그 여인 또한 뒤 돌아 보는데, 그 순간에 기차가 두 대나 지나간다. 그 시간 뒤에 건너편에 여인이 계속 서 있나 싶었는데, 제 갈 길 가고 없더라. 허나, 소설에서는 두 남녀의 눈이 일순간 마주쳐 버린다. '마음과 기억이 격렬하게 술렁 댄 순간'에 기차가 지나가 버리지만, 두 사람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것 같고, 말이라도 나눠볼 여지가 있는 듯 하게 묘사 되었다. (그런데 아카리는 이미 기혼 여성이 되 버린 듯 하다.) 소설과 애니가 두 사람의 함께 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잔인하게도 상호 보완한다. (그 철도 건널목 씬뒤에 두 사람의 감격적 재회가 있었더라면, 아침과 저녁의 불륜 드라마가 되어버렸을게다. 현실은 그런거니까. 그런건 아름답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장면을 기점으로 뭘 더 어찌 해 볼 수 없는 감정은 최고조에 오르고, 작품의 이야기는 끝난것 같다. 그 이후는 아름답지 못하다니까 그러네.)

 

 <초속 5센티미터>. 그 명칭을 처음 들었을때는, 물리학적인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예고편이나 스틸컷은 한 장면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가 5cm/s든 설마 서정적인 속도겠어'하고 굳어진 첫인상은 독서 후, 반전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게 뭐 어쨋다는거냐구 하며 읽었고, 의미를 잘 파악 못 했는데, '꺄아 로맨틱해'라고 말하는 한 여성 동지의 반응을 생각해 보면, 초속 5센티미터는 부드러움을 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내리는 속도가 초속 5미터라는데, 비에 맞는거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운 속도다. 게다가 꽃잎이 내게 초속 5센티미터로 부딪혔어 라고 하면 간지러운 느낌마저 든다. 이카리와 타카키는 소년 소녀 시절에 위러한 세상의 단편적인 지식을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 매년 벚꽃을 보면서 이 생각이 나면, 그리운 감각이 초속 5센티미터로 간질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초속 5센티미터는 부드럽고 그리운 감정의 속도다.

 

 아카리는 타카기와 떨어지기 전에, 내년 봄의 벚꽃도 너랑 함께 보고 싶어 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 둘이 그 뒤로 같이 벚꽃을 본 날은, 15년 동안이나 오지 않았다. 둘이 첫 키스를 한 그날 밤은 눈이 오는 밤이었고, 그 뒤로 그 둘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의해, 연락이 끊기게 된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15년의 세월 뒤에 철도 건널목 씬에서 조우한(것 같은) 장면은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함께 벚꽃을 본 시절과 다시 한번, 함께 벚꽃을 보는 시간 사이에는, 눈 뿐이었던거네. 이 생각을 하니, 다시금 그간 세월 만큼의 아픔이 전해져 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쿄는 참 쓸쓸한 도시인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그럴 것 같다. 타카기의 행적의 우울함은,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밀어내는 현대 남성의 모습같았다. 오죽 <도쿄 블루스>라는 여성 입장에서의 고독을 노래한 곡이 있지마는, 그 곡에 등장하는 남성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쓸쓸한 도시 도쿄. (혼자 갈꺼면 거기로 여행은, 가지 말아버릴까))

 

 사실 이 책을 중간 중간 덮으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작품은 개인의 심연 깊숙히 가라앉힌 기억을 흔들어서, 수면위로 부상하게 만드는 요소가 다분하기에, 가라앉히고 읽고, 진정 시키고 읽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옛 기억을 간질이는 작품은 피하게 되더라. 무의식적으로든 육감으로든 알아차릴 수 있달까. 10년 가까운 세월이 감정의 기복을 부드럽게 다독여 주긴 했어도, 지금도 그 기억은 여전히 가슴을 아프게 한다. 왜 여자들은, 결혼 해 버리는 걸까.

 

 중간 중간 자연스러운 흐름을 깨는 매끈하지 못한 단어 연결이나, 오타로 인해 몰입이 방해 되었다. 퍼뜩 퍼뜩 현실 감각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라는 역자의 배려이리라.

 

 두근 거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을 때는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려고 한다. 그 때는 눈이 내리는 겨울이나, 벚꽃이 날리는 봄에 평균 시속 150키로미터의 열차안에서,  초속 5센티미터를 손에 들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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