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 동안 사내는 실제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그는 귀신이자 축제에 등장하는 유령이고 침대 밑 괴물이었다. 지금 그의 앞에 선 포크는 여전히 목구멍 뒤쪽에서 분노의 맛을 느꼈지만 그 분노는 뭔가 다른 것으로 희석되고 있었다. 동정은 분명히 아니었다. 대신 포크는 속은 느낌이 든다는 걸 깨달았다. 죽여야 할 야수를 너무 오랫동안 놓아두었더니 야수는 쇠약하고 쪼글쪼글해져서 더는 정정당당한 싸움 상대가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관계가 좁고 삼각형 같아서 마음을 많이 찌르겠지만, 팔각형보다 십육각형이 원에 더 가깝잖아요? 다양하고 깊은 관계가 많아질수록 원처럼 동그랗고 무뎌져서 마음을 덜 찌를 거예요.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이다.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수이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한 번쯤은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차라리 그런 우연이 없기를 바랐다. 수이는 시간과 무관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이 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 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