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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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딜런의 서서히 타오르는 우울증적 분노를 이용해 자신의 가학성을 부추기고, 딜런은 에릭의 파괴충동을 이용해 수동성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 테이프에서 본 것을 내가 곱씹어서 딜런의 자기 파괴에 분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소름 끼치는 허세,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충격적이고 증오에 가득 찬 말들 속에서 나는 딜런이 사춘기일 때 많이 보이던 자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톰이 홈비디오를 찍는다고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나올 때마다 부끄럽고 어색해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화면 속으로 뛰어 들어가 내 주먹으로 딜런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동시에,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 딜런을 안고 깊이 사랑한다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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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프다고 하면 심장 안쪽에 손을 넣어 눈물을 닦아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피부와 피부는 반드시 닿지 않아도 되었다. 닿지 않아서, 희미해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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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박민정 후기 / 플레이타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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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보며 속으로 그래, 상황이 어떻건 증오심을 사랑으로 착각하지는 말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
아무튼 영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난 그를 차츰 정치 수감자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두 눈이 머리통 깊숙이 숨어들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쩌면 본인이 맹목으로 동조하는 현실이 자칫하면 자기를 살해하고 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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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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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둘 다 소초장입니다. 공식적인 퇴각 명령이 있기 전까지, 전멸할 때까지 소초를 지키는 겁니다. 아직까지 그런 명령이 없죠? 그러면 우리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이게 조직 안에서 중간관리자의 숙명입니다. 어쩌면 최고 지휘자가 공식적인 퇴각 명령을 일부러 내리지 않을 수도 있고 후퇴 명령 내리는 걸 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중간 간부는 공식 명령을 듣기 전에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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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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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삶은 호텔 같았고 매일매일은 호텔의 욕실에 놓인 일회용 샴푸 같았다. 그것을 도대체 다 써버릴 수가 없었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새것이 놓여 있었다. 거기엔 오직 시작만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망쳤다. 시작하고 또 시작했다.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을 눈치챌 수 없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 시작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미쳐버리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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