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은 딜런의 서서히 타오르는 우울증적 분노를 이용해 자신의 가학성을 부추기고, 딜런은 에릭의 파괴충동을 이용해 수동성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 테이프에서 본 것을 내가 곱씹어서 딜런의 자기 파괴에 분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소름 끼치는 허세,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충격적이고 증오에 가득 찬 말들 속에서 나는 딜런이 사춘기일 때 많이 보이던 자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톰이 홈비디오를 찍는다고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나올 때마다 부끄럽고 어색해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화면 속으로 뛰어 들어가 내 주먹으로 딜런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동시에,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 딜런을 안고 깊이 사랑한다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