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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 Old Part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워낭소리라는게 경상도 사투린가 순수한 우리말일까? 내게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였다.
어렸을 때 소 목에 다는 놋쇠로 만든 작은 흔들이 종을 전라도 사투리로는 핑경이라 했다. 소는 가난한 농촌의 살아 움직이는 재산목록 1호였다. 소 한 마리면 텃밭까지 딸린 웬만한 초가집이나 논밭 몇마지기도 살 수 있고 아들딸 중고등학교 학비나 대학 등록금까지도 낼 수 있고 결혼도 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값비싼 소를 도둑맞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혹시나 하여 항상 불안해했다. 그래서 목에 놋쇠 핑경을 단 것이다. 어른들은 옛날 옛날에 깊은 밤중에 소도둑놈이 가만히 들어와 핑경속에 지푸라기를 집어넣어 소리가 안나게 하고는 몰래 소를 끌어갔다는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다.
옛날에 날마다 일상으로 듣고서는 그저 잊었던 칭그렁 칭그렁 해맑은 핑경 소리가 산골짜기의 시냇물 줄기처럼 영화 내내 온 몸으로 흘러들었다.
소리만으로도 저렇게 마음을 뽀드득 뽀드득 씻어낼수 있었구나! 하는 홀가분함이 심장에서 살같의 모세혈관에까지 저릿저릿 전기 찜질처럼 퍼져 돌았다.
소와 노인은 한 마음이고 한 몸인듯 싶었다. 할머니는 항상 투덜투덜 따로 도는듯 보였지만...
노인과 소가 함께 늙어감의 절절함으로 보아 소가 살아 있기에 노인도 살아 있고 노인이 살아 있기에 소 또한 살아 있어 보였다. 그런데 소가 죽었다. 포크레인이 얼러덩 뚱땅 덩그렇게 멋대가리 없는 소 무덤을 만들었다. 그런데 노인은 죽지 않았다. 그 무덤 앞에 허허로이 앉아 있었다. 마른 풀대처럼 작은 바람에라도 후루루 날려 사라질듯 보였는데 아직 한 줌 남은 힘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소는 죽고 노인은 살아 남았다. 씁쓰레한 배신감을 느꼈다.
영화를 본 두어주 뒤에 일간 신문에 그 노인의 사진이 났다. 영화에서와 똑같이 노인은 또다른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그 소무덤이 있는 밭을 일구며 어수선한 집까지의 길을 오가고 있었다. 아마도 죽은 소가 낳은 새끼이지 싶었다. 어미소가 40살에 죽었으니 대를 이어 충성하는 새끼소도 보통 소들의 환갑이라는 20살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두 배로 씁쓰레한 배신감과 더불어 푸훗 미소가 떠올랐다.
저 노인양반은 한도 끝도 없이 사실랑갑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