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요즘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요. 스토리 위주의 장편도 좋지만 섬세한 표현의 가독성 좋은 단편도 그 특유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너무 길어질까 봐 인상 깊게 읽는 몇 작품만 간단히 리뷰할게요, 그런데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직접 다 읽어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 부족한 글이 작품의 한 단면만 보여질까 조심스럽네요.
애도의 방식(안보윤 작가님)- 대상 수상작인 '애도의 방식'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의심받은 나 (동주)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읽으면서 심리묘사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동 터미널에서 미도파라는 찻집에서 일하는 그는 겉보기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지만 내면은 혼란스럽습니다. 아니 고통스럽기만 하는데요. 학폭피해자이지만 오롯이 밝히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 아무말도 할 수 없어 마음 속에만 담아둬야 하는 그의 내면이 많은 여운을 전해줍니다.
너머의 세계 ㅡ 무인점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연수는 단순한 노동을 하고 단순한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연수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 정도이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생활 조차 어렵습니다. 충고와 조언을 가장한 비난과 조롱이 두렵습니다. 사실 연수는 얼마 전 오 선생이라고 불리는 학교 교사였습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전혀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연수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사실 요즘 어린이집과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학부모 갑질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형적인 갑질에 치가 떨리는데, 현실은 소설보다 더 교활하고 잔인하기에 착잡한 심경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작은 방주들 (신주희 작가님) ㅡ 은재는 곧 사십을 앞두고 있으며 유아 교육 전문 출판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얼마 전까지 그녀의 직책은 과장이었습니다. 분명 결혼도 출산도 미뤄가며 열심히 일을 했건만, 그녀에게 온 보상은 '무보직 대기 발령자'입니다. 그리고 코인 회사에 취업한 친구인 진주하고는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데요. 함께 여행갈려고 우유니 여행 티켓을 끊었지만 잠적한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더 황당한 건 잦은 지각과 조퇴로 유력한 대기 발령 후보인 후배 허니쿠키가 핵심부서인 콘텐츠 기획팀으로 인사이동 한 점입니다. 그녀는 진주가 보고 싶고 우유니로 같이 여행 가고 싶습니다. 사십살 인생 최대 고비를 앞둔 그녀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작품을 접하면서 문학상 수상집을 처음 접했는데요, 은유적이고 함축척인 문장에 여러번 읽어야 진의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라 생각날때 마다 읽어보려 해요. 글이 주는 즐거움과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여자가 원하는 진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엄마나 변호사가 원하는 진실도 내겐 없었다.- 애도의 방식 25~26쪽
#북유럽#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3#북다#안보윤
북유럽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