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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완독 96] 딱 좋은 날. 강석문. 샘터
학교 다닐 때 그림을 좀 그렸다. 그땐 그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꽤나 열심히 그림 그렸다. 한편 진득하면서 약간 엉뚱하기도 하고, 감수성이 뛰어나면서, 학교를 나오다 말다 하기도 하고, 자연을 동경하고 수더분한 선후배님들이 몇 명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또래들과 사업 같은 걸 하다 망했고, 몇은 회사에 취직했다가 그만두었고, 입시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 일을 도우며 작업도 하면서 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강석문은 1972년생으로 중앙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서울서 살다가 고향으로 내려가 농부 같은 화가의 삶을 살고 있다. (책 소개 참고) 내 주변에도 작가의 이력과 비슷한 선후배님들이 몇 명 있다. 내 지인들이 만약 책을 쓴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작가 강석문에게는 해학이 있다. 작가가 직접 책 소개에서 밝혔듯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그림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기자기한 그림투가 끌린다. 그의 글에서도 그림과 비슷한 묘한 끌림이 느껴진다. 이건 저자의 재능, 천성, 환경, 성격 등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졌기에 완성된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그림 그리는 모든 농부 화가가 이런 유쾌하고 마음 따뜻한 글을 쓸 수 없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내 지인들의 그림과 생각들은 몽환적이고 울적하다.)
미대까지 와서 그림을 배웠으면서 졸업하면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는 선후배님들이 한심해 보였다. 비싼 돈 들여 공부했는데 써먹지도 못하고 농사라니.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시골 어느 조용한 마을에 살만한 집이 있나 찾아보고 있다. 그들이 멀리 내다보고 생각한 일들을 나는 십 년도 더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나는 누구보다도 똑소리 나게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형편없었다. 유치했고 철이 없었다.
언젠가 원하는 시골에서 살 수 있게 되면 소소하게 농사짓고 그림 그리면서 책도 쓰고 그렇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이 책이 먼저 나와버렸네. 아기자기하게 농사 지으며 즐겁게 살고 있는 저자의 생활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책.
아재 개그 같은 저자의 글에 자꾸만 피식거리게 된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멈추질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으며 쓰고 그린 에피소드를 맛깔나는 말투로 이어가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두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벌써 겨울이다. 한 해가 술술 지나간다.
내년에 작가님 아부지 매실밭에서 매실 좀 주문해야겠다.
작가님이 책에다 대놓고 광고하셔서 곧 주문 폭주할 것 같은데 나까지 차례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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