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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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95]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

"정서와 관련된 모든 단어가 아날로그 영역에 있었어요. 반면 디지털 영역은 모두 완벽함과 속도에 관한 단어들이었지요."(책날개)

지인들로부터 EQ지수가 높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예민하고, 확고한 취향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이 있을 텐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지만 예전부터 늘 해오던 것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오랫동안 즐겨 사용하던 방식을 낡았다고, 새로운 다른 것이 생겼다고해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나의 '예민한' 취향 덕분에 낡은 '모나미'펜을 버리지 못하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어릴 적 읽던 오래된 그림책도 좋아하고. 이러한 나의 취향은 '정서'와 관련된 '아날로그의 영역'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나는 아날로그한 사람이고 아날로그한 것들을 다루며 안정감을 얻는다. 누구나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겠지만 EQ지수가 비교적 높은 나는 남들보다 민감하게 아날로그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아날로그의 정의는 무엇일까? 저자는 '레코드판'으로 아날로그함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애덤에 따르면 레코드판의 경험이 다른 것은 그것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날로그는 가장 넓은 의미로 쓰일 경우 디지털의 반대말이다. (...) 디지털이 양이라면 아날로그는 음이다. 디지털이 밤이라면 아날로그는 낮이다. 아날로그는 컴퓨터가 없어도 작동하며, 대개 물리적인 세계에 존재한다. (18)

아날로그는 완전히 끝났음이 분명해져야 하는 바로 그 시점에 새로운 중요성을 보여준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행이 완성된 바로 그 시점에 디지털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아이디어가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과 그것들의 새로운 가치를 설명하는 책이다. (19)

디지털 경험이 주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지만 때로는 디지털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최고의 솔루션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록할 때는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이 펜을 이기지 못한다. 아날로그 기술의 태생적 제약이 사용자의 생산성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높여준다. (23)

이 책은 레코드판, 종이, 필름, 보드게임의 새로운 시장을 살펴봄으로써 과거의 아날로그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의 근본적 욕망을 활용했는지, 어떻게 그 과정에서 성공을 이끌어냈는지 알아보고, 출판, 유통, 제조, 교육은 물론 실리콘밸리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냄으로써 디지털 중심의 경제에서 아날로그적 아이디어가 가진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잠재력과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누릴 이점들을 보여준다. (25)

<아날로그 반격>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다가오는 포스트디지털 경제의 모델이다. 그 모델은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되, 기술의 과거를 잊지 않는다. (25)

'아날로그가 최고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디지털화 되면서 소량 인쇄가 가능해졌고, 인간의 삶이 편리하고 풍족해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면 '감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경험과 추억, 그런 감성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게임 소믈리에','핸드 셀링' 등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민한 촉과 연결되어 있다.

최근 빽빽하고 무거운 책을 연달아 세권이나 읽고 있어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지만 가벼운 에세이만 읽을 줄 알았던 내게 이런 관심(?)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가독성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무겁고 두꺼운 책을 멈출 수 없었다. 학부시절 꼭 해야만 하는 전공 필수과목 과제하듯 꾸역꾸역 읽었다. 그리고 해냈다.

몰스킨을 십년 째 쓰고 있고(그 사이 1년은 양지사 다이어리를 썼지만) 쿼티 자판의 블랙베리 핸드폰을 3개나 썼다. 더 이상 신제품이 개발되지 않아 아이폰se로 갈아탔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샀다. 나 역시 그러하듯 사람들의 일상도 변했고, 더욱 빠르게 변할 것이다. 아날로그는 한물 간 옛날 것이 아니다. 내 어머니의 삶의 경험이며 내가 살아온 역사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간편하고 쉬운 디지털을 사용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듯이. 하지만 아날로그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마지막장에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삶을 사는 아날로그한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의 위기와 디지털의 위협을 인지하며 자신의 삶에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살게 되길. 아날로그적 ‘감성’을 어떻게 풀어낼지 알아내는 것이 나의 숙제가 될 것 이다.


결국 우리 인간은 아날로그 존재들이고 아날로그 물건들이 우리에게 잘 맞으니까요. 아날로그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더 뛰어난 디지털 물건을 잘 만들지요. 케빈 켈리, <테크놀로지가 원하는 것>(2010)출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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