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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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93]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세사르 바예호. 다산책방.

제목처럼 '오늘'과 내가 너무 싫었던 그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표지 디자인이 참 예쁘다. (내 취향이다.) 상업적이며 대중적인 다산북스에서는 '예쁜' 디자인보다는 '책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책이 주로 출판되었는데, 이 책은 감성적인 제목도, 톤 다운된 세 가지 색의 조화도 너무 내 스타일이어서 -시집을 즐기지도 않으면서- 보자마자 갖고 싶었다.

나처럼 가족을 애틋하게 여기고, 무제목에 의미를 두는 페루 시인 -이지만 파리와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했다- 세사르 바예호는 페루의 민족시인 느낌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윤동주의 냄새가 났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은 세사르 바예호의 초기 시집 '검은 전령'(1919)과 3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하며 쓴 대표작 '트릴세'(1922), 죽고 난 후 출판된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이 잔을 거두어다오'(1939)와 '인간의 노래'(1939)를 엮은 책이다.

'검은 전령'은 세상과 감정, 시를 탐구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고, '트릴세'에서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어두움, 슬픔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정 제목 없이 숫자로 이어지는 시들을 읽으며 일기처럼 하루하루 이어지는 감정이 느껴진다.
그 후 작가는 많은 일을 겪었나 보다. '인간의 노래'는 깊이가 훨씬 깊어졌다. 경험 연륜(?)의 깊이가 느껴졌고 '스페인...'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지식인의 무력함과 투쟁의 의지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책 마지막에 옮긴이의 해설이 보태지긴 했지만 시인의 삶을 알지 못하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 책을 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좋은 시임은 분명하다. 시에 대한 갈증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언젠가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학창시절엔 수능 시험을 보기 위해 시를 외웠다. 그 시절 젊은 혈기로 시 몇 편 외우는 것쯤이야, 국민시라고 불릴만한 몇 편의 시를 나도 줄줄 외우고 다녔다. 시와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가 끝.
학구열 넘치는 학부 시절, 좋아하던 작가 '차학경' 책에 나오는 시 같은 몽롱한 글들이 좋았다.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오묘한 감성을 즐겼지만 다른 시를 볼 생각은 못해봤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역사와 시인의 삶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게 된 후 다시 본 윤동주 시집은 깊이가 더 깊어졌다. 학창 시절에 달달 외우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나 '별 헤는 밤'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지만, 시인의 삶과 사회적 배경을 알고 난 후 다시 읽은 그 시는 아픔 그 자체였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글을 썼을지 짐작도 되고.

시는 아름다운 글귀 자체만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삶과 연관 지어 읽을 수 있어야 진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을 읽었지만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이 사람의 삶을 모른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세사르 바예호 시 한 편을 이것이라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만족한다.
제일 좋았던 시는 이 책의 제목,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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