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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완독 50] 혐오사회. 카롤린 엠케. 다산초당.
2016년 독일출판협회 평화상 수상, 독일 아마존 정치, 사회 부문 베스트 셀러. 똑 소리나게 생긴 저자의 사진. 강렬한 띠지, 강렬한 제목, 빛 바랜 빨강색의 책표지를 걷어내면 회색 속표지. 책표지를 넘기면 다시 보이는 빨강색 면지.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건조하고 냉철한 말투의 소제목. 저자 카롤린 엠케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역사와 정치, 철학을 공부했고, 전 세계 분쟁지역을 다니며 저널리스트로 활약,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전쟁과 사회적 폭력, 혐오 문제의 구조를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책소개 참고)
강렬하다. 모든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하다.
그렇지만 묘한 끌림이 느껴져 책장을 넘겼다. 추천의 말, 머리말을 읽으면서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웠다. 내 관심사가 아닌 정치 사회적 이슈를 철학적 언어로 풀어쓴 말이라서 더욱 어려웠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어나갔다.
-목차-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 동질성 - 본연성 - 순수성
3.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찬미
심오하다. 나의 무지함에 어지러웠지만 철학적 목차에 대한 호기심으로 계속 읽었다. 1장은 비교적 쉬웠다. 사랑, 희망, 걱정, 증오, 혐오와 멸시에 관한 이야기들. 머리말보다 비교적 쉽게 이해되어 마음이 놓였다. 난민들과 흑인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겪어보기 어려운 것이지만 간접 경험으로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2장은 어려웠다. 동질성, 성소수자, is 폭력에 대한 생각들. 여러 민족이 섞인 유럽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밖에 없는 문제들.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들, 아무도 대놓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문제들을 저자는 표면 위로 드러내고 있다. 저자의 강단 있음과 냉철한 비판력이 멋져 보였다. 술술 읽을 수는 없었지만 저자의 냉철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3은 저자가 생각하고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 우리의 과제, 우리가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들이 과연 정당한가, 내 판단의 기준이 괜찮은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아주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아주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내게 밑줄을 긋는다는 행위는 한 번 더 읽어보면서, 밑줄을 지우며 곱씹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별표까지 쳤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또한 말해진 진실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부류는 아니더라도 다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단지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가치의 동등함을 명백하게 표현해야 한다. (249)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이렇게 말했다. "(...)권력은 사실 그 누구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이 함께 행동할 때 생겨나고 그들이 흩어질 때 사라지는 것이다." 이 말은 민주적이고 열린 사회의 '우리'에 관한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운 묘사일 것이다. (...) 혼자서 '우리'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때 생겨나고, 사람들이 분열할 때 사라진다. 증오에 저항하는 것, '우리' 안에 한데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용기 있고 건설적이며 온화한 형태의 권력일 것이다. (250)
전체적으로 어렵다.
어제 완독한 '코스모스' 13장에서 이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기력함을 느꼈는데, 오늘 완독한 '혐오 사회'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진실에 귀 기울이고, 들려오는 모든 이야기들이 어떤 시선의 각도에서 다른 관점이 생겨났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234) 된다는 것.
내가 사는 곳 주변에도 조선족, 중국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들을 향한 내 시선이 혐오나 부정이 아니기를. 본래의 나 역시 전혀 그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진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공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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