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감정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독 48] 서툰 감정. 일자 샌드. 다산 30
완벽하고 싶은 나의 강박증은 책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 책을 읽을 땐 마음에 드는 구절 발췌하고 홀로 곱씹느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면 요즘은 더 멋지고, 좋은, 완성도를 가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책읽기의 진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이나 정리할꺼리를 하나둘씩 적으면 그만인데, 예민하고 까다로운 나는 이조차도 쉽지가 않다.

'서툰 감정'은 '센서티브' 작가, '일자 샌드'의 다음 책이다. '일자 샌드'는 덴마크에서 공부하고 목사, 교수, 상담지도사, 연설가로 활동하는 심리치료사이다. 책 전체에 느껴지는 따뜻함에 저자의 연륜이 느껴져 편안하다. '센서티브'가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토닥이는 글이었다면, '서툰 감정'은 나를 힘겹게 하는 감정의 실체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양파 껍질 하나씩 벗겨내듯,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의 종류, 원인, 가벼운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가볍디 가벼운 깊이의 책이지만 책장이 도무지 쉽게 넘어가질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감정의 다룸이 쉽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무엇에 화를 내는가?"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슬픈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가, 아니면 거기에 내가 인지하지 못한 감정이 섞여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면, 그 감정을 더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17)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무엇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무엇으로부터의 분노가 나를 이렇게 화가 가득한 상태로 만드는 걸까? 실체가 궁금한데 어떻게 해야 알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알수없음의 두려움이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무기력함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분노는 매사에 예민한 칼날을 내비친다.
하지만 내 감정의 흐름과 원인에 대해 알게 되어 그 실체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그래서 지금의 무기력함도 이정도는 괜찮다는 마음이 든다. 조금 안심이 된다.

내 감정의 삐죽삐죽함으로 미안하고, 불편하고, 속상하고, 화나고 열받고. 그저 '내탓이오' 라는 마음으로 내 감정의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묻고 지나치기 일수였는데, 시종일관 '괜찮아', '당연해',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내 속마음을 들킨 기분도 든다. 첫 장을 넘길 때 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까지, 이 책은 내게 매 순간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은 읽을 때에만 위안이 될 뿐 실생활에서까지 그 편안함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의 몰입과 학습력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었다고 확 변하질 않는다. 약간의 위안이 되긴 하지만. 책은 책일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그래도 13,800원 어치의 위로는, 아니 138,000원 어치의 위로를 받았으니 오늘 하루는 맘 편히 보내야겠다. 나의 서툼은 나쁜 게 아니다. 단지 서툰 것일 뿐. 이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자. 이런 나도 인정해주자.

#일자샌드 #서툰감정 #theemotionalcompass #다산30 #다산북스 #책읽기 #책읽는사람 #책 #독서 #book #reading #booklov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