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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시각적 감각이 예민한 나는 소설이 어렵다. 내용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방금 그 대화를 꺼낸 이가 누구인지, 등장인물이 누군지 앞장을 수시로 들춰보며 이들이 무슨 관계인지 파악한다. 관계가 파악되지 않으면 초반 집중이 어렵고 그래서 소설이 힘들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날짜와 시간이 어떤 의미로 바뀌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책장을 넘기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중반까지는.
연극을 앞두고 연습하는 리허설, 그 리허설을 준비하는 과정,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간순으로 담은 이야기이다. 10대 후반, 고등학생 주위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에서 보여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담고 있다. 부모와 교사와의 관계, 선배와 후배, 남자와 여자, 교사와 학생, 친구들. 불안하고 예민하고 섬세한 10대 후반, 사춘기 시절의 감정들이 잘 나타나있다. (여기에 외국 감성 추가)
"하지만 난 핵심을 말하려고 하는 거야. 그저 관객이 꽉 찬 객석 앞에서 무대에 서 있을 때 '진짜'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는 말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거지. '진짜'라는 말은 무대에선 아무 의미 없어. 무대에서는 진짜처럼 '보이는' 데에만 신경을 쓰지. 진짜처럼 보이기만 하면 그게 진짜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상관없어. 그게 핵심이야." (205)
집중하지 못한 채 눈으로 글자만 겨우 읽다가 아차 싶어 바로 메모를 했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연극, 그 리허설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 이 구절을 읽고 나서부터는 조금 수월하게 다음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어찌 됐든 마음과 머리의 나이가 늙고 지친(!) 내가 읽기에 [리허설]은 버거웠다. 책을 읽으며 버겁다는 느낌이 든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책은 너무하다. 보통 3~4일에 한 권 정도 읽는데 이 책은 열흘 동안 들여다보고 있는데 진도도 안 나가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인물들의 대화나 전개 방식이 내 취향도 아닌데 억지로 들여다보려니 다른 책을 넘겨볼 흥미도 잃게 만들었다. 하아..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임은 분명하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고, 소설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할 전개 방식. 그런데 나는 너무 힘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 인물의 갈등에 대한 이해가 시각적으로 좀 더 쉽게 드러난다면, 나처럼 난독증 있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관계를 파악할 테고,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몇 년 전 한참 즐겨보던 미드, '가십걸' 같은 분위기. 우리나라 드라마를 떠올리자면 청소년 성장 드라마 '드림하이' 정도? 책 보다 영화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아무튼 10년 전쯤 즐겨 봤던 '가십걸'도 지금의 내게는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으니 지금 내게 이 책이 흥미롭지 않은 건 당연하다. 나나흰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좀 더 서평 다운 서평을 쓰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이런 책을 만나면 서평은 고사하고 단순히 그냥 책 읽기도 너무 어렵다. 갈 길이 먼 내게 응원의 위로를...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