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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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거나 우울할 때 사람들은 즐거운 노래로 마음을 달래기보다 슬픈 노래를 먼저 찾는다. 즐거운 노래는 고립감을 심화시켜 슬픔을 더 깊은 데로 끌고 간다. 눈물을 쏟은 후 코를 팽 풀면 사람은 비로소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는데 대중음악에서 그 역할을 담당해온 건 단연 블루스였다. 그러니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대에 누군가의 슬픔을 환기시키는 블루스가 들려온다면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위안을 얻고, 용서할 자를 용서할 힘이 생기고, 용서하지 않을 자를 용서하지 않을 용기도 솟아나니까. (272)


한 두해 전 TV에서 밴드 경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아이돌 분위기의 어린 친구들도 있었지만 중년의 팀도 있어 신기했다.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생김새도 반듯한 중년의 밴드, 치렁치렁한 머리와 옷가지들이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뭔가 어설픈 밴드 등 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밴드들이 있었고 요즘 즐겨보는 K-POP STAR처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부모님도 매주 챙겨보셨고 소소하게 인기가 있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프로여서 기억에 남는다.


'수요일에 하자'는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의 새 장편 소설이다. '나라 없는 나라'는 읽지 못 했지만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고요한 밤의 눈'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에 '혼불문학상 수상자'의 새로운 소설이라는 끌림으로 아무 정보 없이 책을 펼쳤다.


등장인물 소개
♂ 배베이스 : 본명 배이수. 이름 때문에 베이스를 선택. 고등학교 중퇴. '낙원' 운영.  
리콰자 : 1970년 영국의 '수지 콰트로'(전사처럼 노래하는 여자)의 '콰'를 따와 이름을 지음. 밴드의 정신적 지주(!)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둠의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박타동 : 본명이 '타동'으로 타악기, 드럼을 치라는 운명. 수배 중이어서 도망 다니던 중에 이들을 만남. 황달수, 황달이라는 가명을 사용함. 전문대 졸업. 수배 중이어서 그런지 소극적인 모습이 보인다.
♀라피노 : 나은정과 피아노의 합성어. 대장암 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음.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결혼을 했고 대학생 딸을 두고 있음. 이혼녀. 밴드 음악에 대한 이해가 낮지만 리콰자의 도움으로 극복하는 중.
김기타 : 경기 좋던 때에 즐겨타던 왕년의 차 '갤로퍼'를 몰고 다님. 큰놈이 대학에 합격하여 금전적인 고민이 있음. 가장 일반 사람처럼 느껴짐.
니키타 : 본명 이익순. 기타 솜씨가 제법 좋음 한때 2인자였음. 고등학교 중퇴. 사투리가 심함. 가장 자유로운 예술가로 느껴진다.
♀김미선 : 예전에 강남의 룸살롱에서 니키타와 함께 일했다. 니키타의 돈을 가지고 도망갔다가 다시 나타남. 니키타를 배려하는 것으로 보아 좋아하는 것 같다. 예쁘고 육감적인 여성. 밴드에서 눈치와 분위기 조성을 담당.

"나는 수요일에 하자. 아무 이유 없어. 우리 연습날이 수요일이잖아. 그리고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진 좀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
(121)


 

밴드 이름을 뭘로 할지 고민을 얘기하다가 라피도가 던진 '수요일에 하자'가 되었다. 아무 이유 없이. 음악을 공유하기 위해, 월화의 긴장감을 버리고 주말까지 좀 버티기 위해 매주 만나는 날. 소위 삼류인생을 살고 있는 중년의 남녀가 모여 음악을 공유하는 이야기.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음악으로 버티는 그들. 작가는 분명 밴드 활동을 해봤던 사람이고, 그때 느꼈던 그 감정들을 소설로 승화시켰을 것이다. 보통 알아서는 이만큼 쓸 수 없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대로, 책을 읽고 있으면 음악이 느껴진다. 익숙하지 않은 노래나 용어들도 분위기로 읽을 수 있었다.

소설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김기타가 그나마 정상적인 모습. 절반은 이혼했고, 막노동, 수배자, 징역살이, 대마초까지. 예술하고 음악 하는 사람들은 꼭 밑바닥에서 살아야 하나? 문학작품은 꼭 이렇게 어두운 부분을 긁어야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소설이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평소에도 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나 자신도 학부에서 예술 관련 학과를 전공했지만 학창시절 그 부분이 늘 고민거리였다.

내가 싫어하는 예술가의 우울한 삶을 담은 소설이었지만 다 읽고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은 것은 작가의 노련함일까? 마음에 드는 결말이어서?!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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