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고, 시험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출간, 한국
최고의 명문대의 수용적 교육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 한국 교육 문화 전체를 점검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던 이혜정 박사의 두 번째 책.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P.26~27
첫째, 이 책이 말하는 새로운 시험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시험이다. 그러한 시험이 어떠한 형태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다른 시험들을
예시로 제시할 뿐 무조건 이대로 따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둘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시험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시험과 양립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수능이나 내신의 30퍼센트를 의무적으로 논술형 문제로 하는 것, 새로운 시험을 기존의 시험에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교육의 방향이 전혀 다른 두 시험을 억지로 이어붙이고 있는 격이다. 이렇게 방향이 정반대인 시험을 병행하면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떠안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셋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시험은 지금의 우리 교사들이 충분히 다룰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집어넣는 것으로 끝내느냐, 그 지식을 활용해 학생들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끄집어 내느냐 하는 차이일 뿐. 새로운 시험을 도입하면 초기에는
다소 혼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질 것이다. 새로운 시험은 필연적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국가교육과정을 요하기 때문에
교사에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국정교과서, 자율 학기제, 디지털 교과서 등 현재 대한민국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능 시험이 왜 문제가 되는지, IB와 IGCSE라는 외국의 시험과 평가 사례를 제시한다. 새로운 시험의 문제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P.90
토론 수업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목적이라면 오히려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시간 낭비가 된다. '집어넣는 교육'으로는 100년을 해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기 어렵다.
반드시 '꺼내는 교육'을 해야 한다.
P.99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가 없다.
P.102
교사에게 교육권을 보장해 주면 창의적
수업이 가능해진다.
P.168
IB와 IGCSE가 과목 구성이나 시험 방식이 서로 조금씩 다르고 더구나 IGCSE는 본격적인 대입시험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이 둘의 교육 철학은 일맥상통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철학에 따라 교과과정의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P.191
이 중 어떠한 문제도 하나의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관점과 그것을 뒷받침할 타당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암기해 둔 역사적 사실만 줄줄 나열하면 부분 점수는 받을 수
있을지언정 결코 고득점은 받을 수 없다.
이 시험 문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든다.
P.224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단 한 글자도 답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앞에서 본 다른 과목 시험 문제들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요구했지만, 이 주제들은
그야말로 끝까지 몰아붙이는 느낌을 준다.
이 주제들을 다룬 에세이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학생이 가진 관점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관점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지가 중요하다. 즉, 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평가한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전 분야에 적용되는 두뇌 근력이 바로 이것 이기 때문이다.
P.257
"수업 설계는
드라마 각본을 쓰는 것과 같아요. 교사가 기획하고 집필하며 연출하는 아주 창의적인 과정이죠. 공교육 현장에는 그걸 목말라하는 교사들이 많아요.
시스템만 바뀌면, 방향만 알려주면 교사들은 날개를 달 겁니다.
P.305
교육부는 왜 이토록 헛발질을 거듭하고도 변하지를 않을까? 그것은
교육부가 그 자체로 거대한 '갑'이기 때문이다.
P.311
그럼에도 나는 교육부보다는 정치권에 기대를 건다. 정치는 국민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스스로 바뀌기는 요원하다. 교육부를 바꾸려면 정치가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가 정치권에 강한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더 이상 교육에 침묵하지 말라고.
학부시절 수업 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분의 전공 교수님이 계셨다. A 교수님의 수업은 동서양
철학과, 미학 관련. 참고도서와 요약정리가 되어있는 수업용 프린트를 주셨고, 선생님의 말씀과 프린트물만 공부하면 어느 정도 개념이 잡혀 공부하기
편한 수업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 수업을 선호했다. 늘 담담한 어조로 차분하게 강의하셨고 달달달 외우는 것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했다.
B 교수님의 수업은 한국 현대미술과, 비평 관련. 참고도서와 수업용 프린트를 나누어주시는 것 까지는 같았는데 수업용 프린트에는 그날 배울 용어나
개념에 대한 사전적 정의나 신문 기사가 간단히 나와있고 강의 중에 우리들에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늘 질문하셨다.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의
과제가 있었는데 정답이 없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늘 자필로 제출, 늘 돌려주셨다.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수업을 유난히 싫어하던 같은 전공 친구들도 있었다. 우리 과보다는 타과생들이 선호했던 수업이었고, 열정 넘치는 목소리로 강의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연설하듯 수업하셨다. 호불호가 강한 수업과 교수님이었다.
백과사전 같은 A 교수님의 수업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전공수업이니
어쩔 수 없이 두세 과목 수강했었고, 성적은 잘 나온 편이었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변명하자면 조용조용한 말투가 흡입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연설하듯 열정 넘치는 동작과 말투의 B 교수님의 수업은 내 스타일이다. 그 교수님의 거의 모든 수업을 다 수강했다. 막 학기에는 다른
학년의 전공수업도 들었다.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을 반대로 생각해보기 질문이나 수업 내용이 좋았고, 특별히 많이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것도 좋았다. 아마 교수님도 나의 자유로운 생각과 글쓰기 방식을 응원해주셨던 것 같다. 학부 때 공부했던 것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지만 B 교수님 수업의 분위기, 과제는 아직 기억이 난다. 꽤 열심히 손으로 열 페이지 정도를 썼으니 당연히 기억이 나기도 하고 학부
때 수강했던 모든 수업과 차별화된 유의미한 수업으로 기억된다.
정해진 틀 안에서 교수자와 교육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 A 교수님과
B 교수님 누가 낫다고 비교할 수는 없다. 과목적 차이도 있고 사람의 성향 차이도 있을 테니까. A 교수님의 교육 방식과 평가 방법이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교육과 시험이 낯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이런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
P.326
'교사는 한 번에 한 아이를 바꿈으로써 세상을 바꾼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책을 앞에 두고
책 읽기를 시작하기 전 조금 망설였는데 저자의 필력으로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시험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려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현상태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고등학생의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다 읽었다고 덮고 끝! 이
아닌, 뭔가 여운이 남는 책이다. 새로운 시험의 도입에 대한 가능성이 기대된다. 대한민국의 시험이 변화하는 그날이 꼭 오기를.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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