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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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막 입학한 새내기시절 선배들의 작업실을 구경 다닐 때, 그림을 그리면서 한 손엔 붓을 한 손엔 소주병을 들고 안주도 없이 홀짝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조금 충격이었다. 아직 한낮인데.. 작품 하나를 완성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우르르 학교를 떠나는 모습도, 세상사에 무심한 모습도, 공강시간에 건물 뒤 나무 그늘 밑 잔디밭에 옹기종기 앉아 자장면과 탕수육, 고량주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모습도 별로였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했다. 정말 열심히 학부시절을 보냈다. 내게 부족한 것들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놀지 않고 열심히 작업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그 시절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센서티브’책을 읽으면서 돌이켜보니 예민한 그들을, 아니 예민한 내 감정, 나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나 보다. 본래 내가 가진 감각들을 무시하고 사회가 정한, 아니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그래서 내 대학시절은 더 그립지도 더 재밌지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남들과 다른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세상이 아름다워졌다. 10년 전보다 1년 전이, 6개월 전 보다 오늘이 훨씬 더. 지금 난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하기에 방해받고 싶지가 않다. 이 행복을 잘 지키고 싶다.


P.21
민감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큰 어려움과 도전을 경험하지만, 평온한 상태에서는 남들보다 더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P.164
* 민감한 사람들이 부끄럽게 여기는 성향들 *
- 때때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
- 상황에 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반응할 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남들이 나를 솔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된다.
- 치열한 경쟁에 합류하지 못한다.
-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 사람들이 느끼는 대화를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느낄 때가 많다.
- 남들보다 먼저 피로감을 느낀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생각하냐며 늘 비판 가득한 어조로 내게 말하던 이가 있었다. 나는 왜 이럴까, 난 왜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 할까. 한 없이 작아지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예민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났고, 보통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까다롭고,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칼날같이 뾰족하던 그 말이 더이상 상처가 아니게 된지 2년이 흘렀다.

P.90
자신의 민감성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할 때 당신은 한동안 피로감과 슬픔의 감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지난날의 꿈을 포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문이 열리는 게 인생이다. 때로는 더 많은 문이 열리기도 한다.




P.54
융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물질적인 세계보다 내면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들이 자신의 내면세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에도 관심이 있음을 의미한다.



P.143
우리는 종종 상실한 것들을 직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까지 분노의 감정에 매달린다.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전쟁을 포기할 때, 분노는 슬픔으로 변한다. 슬픔은 분노의 감정과는 달리 타인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슬픔은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는다. 또 슬픔은 지나가는 감정이다. 건강한 슬픔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P.148
상처를 깊이 감춰둔 채 무감각하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슬픔을 직시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P.149
슬픔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슬픔은 기다려야하는 과정이다. 슬픔의 감정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사랑과 배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P.154
죄책감과 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P.162
수치심은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결함이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수치스러워하는 감정을 수치스럽게 느끼고, 그런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P.202
자기 자신과 화해한다는 것은 때때로 내가 남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일생 동안 자기 자신과 화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20대의 나는 '우울한 여성을 위한,, ', ' 불안한 나를 위한,,' 이런 제목의 책을 즐겨읽었다. 김혜남, 김형경 선생님의 치유 소설이나 에세이 등 심리학 중에서도 여성,우울, 불안과 관련된 책을 꽤 읽었다. 우울하고 처져있는 나의 기운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그나마 그런 책을 읽으면 위로받는 것 같았지만 책을 읽고 덮으면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그조차 서글퍼 30대 초반 쯔음 유행이 되어버린 심리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임경선님의 에세이는 종종 읽었지만 그건 심리학이라는 장르로 구분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참 오랜만에 펼쳐본 심리학 책.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하나도 생각 안날만큼 나를 가장 위로하는 책. 부끄럽고 숨기고싶던 나의 어떤 부분들이 '민감한 사람들의 성향'이라고 그런 감정 생기는 게 당연하다고,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눈치 보고 용기 없는 내 모습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책.
학문적인 깊이로 나를 몰입하게 만들진 않지만 가볍고 친근하게 토닥이듯 나를 위로하는 책
.
나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책.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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