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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 동양의 애덤 스미스 이시다 바이간에게 배우다
모리타 켄지 지음, 한원 옮김, 이용택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평점 :
[2020-29 / 경제경영]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모리타 켄지. 한원 옮김. 이용택 감수. 매일경제신문사. (2020)
몇년 전 노자 사상에 대한 관심으로 ‘도덕경’을 읽은 적이 있다. 원서에 충실한 ‘원문(한자)+해석’이 전부이던 그 책이 너무 어려워 읽다가 포기했다. 도덕경 원문을 작가가 체화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새로운 도덕경’을 또 읽었다. 하지만 역자의 재해석이 구체적으로 내게 와닿지 않아 원저자의 본질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원문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일상생활과 비교하여 설명한 -청소년 대상의 깊이 정도- 도덕경을 또 읽었다. 읽어본 도덕경 중 가장 재미있었고, 한 번 더 읽기도 했다. 아무리 대단한 사상을 담은 책이라도 보통 사람인 내가 그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수준으로 해석하는 재탄생하게 하는 번역자, 역자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시대를 맞이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은 동양의 애덤 스미스라고 불리는 이시다 바이간의 사상과 석문심학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도덕과 정의, 검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시다 바이간은 1685년 교토에서 태어나 20여 년 동안 상인으로 일했지만, 책을 읽고 공부하기를 즐겼다. 45세부터 강의를 시작하면서 학문에 매진했고 <도비문답>(1739)와 <제자론>(1744)을 펴냈다. 소박해 보이는 전직 상인의 사상은 수제자 데지마 도안이 설립한 교육 시설, 심학강사를 통해 널리 세상에 알려졌다. 데지마 도안은 바이간의 사상을 ‘이시다 문파의 심학’이라는 뜻으로 석문심학이라고 명명했다.
‘일을 포함한 일상적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심학강사에 모였다. (47)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본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 팀워크는 조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조화는 자기본위적인 행위를 삼감으로써 실현된다. (74)
내가 타인의 성실함과 불성실함을 잘 살피고 있듯 타인도 나의 성실함과 불성실함을 항상 살피고 있다. (120)
어쩌다보니 자영업자가 되어있는 나는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왜 나는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하곤 한다. 단순히 ‘돈’을 쫓는다면 더 많이 일하고 요령을 부리면 되겠지만, 그렇게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서 틈틈이 책을 보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가끔은 요령 없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을 포함한 일상적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대체로 유익했다. 흔들리고 있던 나를 다독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이시다 바이간의 사상을 정리한 데지마 도안의 석문심학과 에도시대 서민문화와 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모리타 켄지의 경제경영서이다. 이시다 바이간의 사상이 궁금했지만, 모리타 켄지의 해석이 많아 이시다 바이간 자체를 알기에는 아쉬웠다. 하지만 모리타 켄지가 에도시대 사상과 이시다 바이간, 석문심학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이라는 제목에 부합하는 내용으로는 유익하다.
일본 에도시대 사상가와 석문심학을 설명하는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시기인 조선 후기 문예 부흥기 시기 우리나라 학자의 연구도 알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도 이시다 바이간처럼 뛰어난 사람이 있을 텐데, 우리 역사에도 눈을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