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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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살짝 슬럼프다. 매너리즘일까. 소설이 잘 안 읽힌다. 이번 소설을 읽기 위해 미리 읽은 블로거들의 글을 먼저 읽었다. '검은집'이 연상된다는 추천글에 어두운 밤 잠들기 전 책상에 앉았다.


 표지의 홍보문구 중 어느 소녀가 저 사람은 내 아빠가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살짝 소름이 돋는다. 초반에 다소 지루한 부분을 참고 이겨낼 수 있었던 2번째 이유다. 동대 출신의 수재로 유명대학의 교수이면서 TV출연이 잦은 범죄심리학자라는 주인공에게 낯설은 동창 한 명이 다가온다. 그의 이름은 노가미. 직업은 경찰이다. 그와는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노코라는 다리를 절뚝이는 소녀를 괴롭힘에서 구해내는 장면을 주인공이 목격했을 뿐이다. 그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맡게 된 8년전의 일가족 실종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인공의 집 주변에 대해 탐문한다. 그리고 곧 그는 실종된다. 2주 후 주인공의 옆집에서 불이나 총에 맞은 3구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집에 원래 살던 사람은 2명 뿐이다. 나머지 1구는 노가미로 밝혀진다.


 이러한 외적 정황만을 알고 있는 경찰은 이 사건을 현장에서 발견된 노가미의 총 등을 근거로 노가미의 단독범행으로 정리하려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경찰이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었다. 주인공은 남은 이웃집을 수상쩍어 하고 있었다.


 10달 전 이사온 주인공가족은 이웃들에 대해 깊이 알 기회가 없었다. 두 이웃 중 남은 한 집에 대해서 부인이 목격한 것은 매일 학교를 오가는 여중생과 평범한 중년 남성 뿐이다. 호기심이 많은 부인이 다른 이웃에게 묻지만, 평범한 남편과 다소 병약한 부인, 아들, 딸이 있다고 할 뿐이다. 그러려니 할 법한 일이다. 그러나 범죄심리학자인 주인공이 부인에게 부탁해서 귀가하는 여중생에게 아버지에 대해 넌지시 물었을 때 그아이는 책겉에 쓰여진 그 홍보문구를 뱉는다. 여기서 그집에 대해 수상함이 커지고, 부인은 한밤중 신음하는 젊은 여인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린다. 그 아이가 짧은 몇마디를 채 다 하기도 전에 그 수상한 중년이 아이를 돌려달라며 나타난다. 놀랍게도, 그는 어디서 구했는 지 알 수 없는 열쇠를 돌려 집의 문을 열고 체인을 풀려고 한다. 그는 딸을 돌려달라고 하고, 뒤에 있던 아내가 경찰에 연락하면서 모두 경찰에 연행된다. 남자는 경찰에서 점잖게 이웃이 딸을 데려갔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의 몸에 외상이 없기 때문에 남자의 증언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아동보호사가 아이의 정신상태를 근거로 보호를 풀지 않으려 하고, 결국 그 남자는 식칼을 들고 보호소에 난입해서 소장과 아내를 찌르고 보호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도주한다. 다행히 아내는 살아났지만, 소장은 죽는다. 보호사는 지하철역까지 아이와 남자를 데려다준뒤 풀려난다.


 한편 주인공에게는 최근 자주 만나는 아름다운 여제자가 있었다. 그녀는 같은 학과 남학생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상담하고, 그와 3자대면을 통해 그 학생이 이웃에 사는 취업정보원에게 학과원들의 메일정보를 넘겼다는 걸 알게 된다. 주인공은 경찰에 알리지 않고 여제자와 남학생만 동행한 채 그 집에 습격한다. 예상대로 그 이웃은 주인공의 이웃에 살던 수상한 중년이었다. 그러나 그 중년은 남학생을 칼로 찌르고 다시 도주한다. 결국 그 남학생은 사망하고, 주인공은 교수직을 그만둔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죽은 노가미에게서 편지가 온다. 그 편지에는 사건을 정리할 수 있는 뒷 이야기들이 충분히 밝혀져 있었다. 그 수상한 중년은 노가미의 이복형으로 어려서부터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으며, 여중생에 대한 변태성욕을 가지고 있어서 이복누나인 유키에 대해 호감 이상을 품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는 노가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압하고 집의 모두를 자신의 지배하에 놓는다. 이후 노가미의 어머니가 이혼으로 그 집을 떠나기까지 그는 그저 참았을 뿐이다. 훗날 경찰이 된 노가미는 어머니의 사망으로 이복형을 다시 만나는데, 그는 여전히 사이코패스적 기질으로 완전범죄를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노가미 역시 그 사기행각에 말려들어간다. 노가미가 8년전 사건을 맡은 이유는 그 사건이 이복형과 관계가 있어보였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랬다. 그리고 이복형이 동창의 이웃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주인공에게 찾아간 것이었다. 이 편지 이후 노가미의 이복누나에 대한 가십기자들이 몰려들고, 결국 이복누나는 일주일도 안되어 인근 산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10년이 지나간다.


**반전이 있습니다.


 10년이 지나고, 주인공은 여전히 후회와 미련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피아노 연주자의 공연을 보게 되는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 연주자는 소노코의 양녀라고 했다. 파리에 사는 그녀에게 주인공은 대화를 청하고, 묘한 눈빛으로 그녀는 대화에 응한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지만, 떠나기 전 몇마디를 통해 자신이 10년전 그 아이임을 추측하게 한다. 그리고 소노코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소노코는 위암으로 치료를 받을 생각이 없다며 숨겨진 사실들을 털어놓는다. 그 편지는 사실 소노코가 쓴 것으로, 실제에 기반했지만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사실 노가미와 자신의 관계는 초반을 빼놓고는 좋지 않았고, 노가미의 사교성 때문에 여자문제와 돈문제로 골치가 아팠다는 것. 이혼한 뒤 노가미의 이복형과 관계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노가미가 사체로 발견되기 전 자신에게 찾아왔고, 잠들었을 때 그에 대한 그동안의 서운함이 폭팔해서 우발적으로 노가미를 죽인뒤, 노가미의 이복형에게 연락했다는 것. 이후 노가미의 이복형과 그 아이와 함께 살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자신을 따라 그 아이가 연주자가 되도록 돕다가 양녀로 맞아들인 것.


 소노코는 피해자인것 같았지만 사실 공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노가미의 이복형은 소노코의 2층 외진방에 반백골이 되어있었다. 도피후 얼마지나지 않아 감기에 걸렸을 때 청산가리를 약처럼 주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소노코에게 암수술을 받으라고 하며,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기로 한다. 새롭게 태어난 그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


 다소 빼먹은 부분이 있고 때로 순서도 좀 바뀐 것 같지만 감상을 적었다.


 확실히 검은집에 버금갈만한 책이다. 검은집에 비해 호러적 부분이 조금 부족한 느낌도 있지만, 심리적인 공포는 오히려 더한 것 같다.


 일본에서 유명한 호러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된다는데, 책내에 다소 징그러운 신이 있어서 걱정이 된다. 감상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범인에게 납치된 아이의 아버지는 시골 창고에서 백골로 발견되고, 오빠는 바다에 떠다니는 사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중후반부 칼에 맞은 아내를 오랫동안 간호하다 온 집에 리가 잘린 여성사체가 놓여있었는데, 그 아이의 엄마였다. 끔찍하게도, 그 아이 앞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다리를 절단한것으로 여겨진다고 감식결과 밝혀진다. 이 신은 검은집의 지하실신, 아이의 자살신에 못지 않게 상당히 끔찍한데, 영화화가 어찌될지 좀 걱정이 된다.


 한편, 범인이 자신의 가족으로 시작해서 여러 가족들에 들어가 그들을 지배하는 과정은 예전에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키타큐수감금사건을 모티브로 한것으로 보인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세뇌하는 남자에서도 가져다 썼던 충격적인 사건인데, 역시 끔찍하다.


 이정도에서 감상을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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