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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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 유스케의 신작이다. 일본에는 3년전 출간된 것 같지만. 기시 유스케라는 브랜드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우연하게 읽었던 검은집이 계기였는데,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이후 크림슨의 미궁, 천사의 속삭임, 13번째 인격을 읽었는데 모두 대단했다. 보통 이런 책을 한권만 내도 대단하다하는데, 고른 4권의 책이 모두 그랬기 때문에 기시 유스케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읽은 신세계에서를 취향의 문제로 도중하차하면서 그 거품이 조금 빠졌었다. 그래서일까. 다크존이나 악의교전같은 책들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기시유스케의 필력에 괴기스러운 소재가 결합되었을 때 빠져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말벌은 꽤 괜찮아보이면서도 평범한 소재다. 공포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괴기소설의 대상으로 적합해보이지만,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활용되었고, 익숙하다는 점에서 기시유스케의 성공작들이 가졌던 소재들에 비해서는 조금 진부해보인다. 어쨋거나, 이 작품의 제목은 말벌이고 도입부에 있는 것도 말벌이다. 저명한 미스테리소설가인 주인공은 어느날 산장에서 눈을 뜨고, 말벌을 발견한다. 말벌의 공포에 시달리는 모습과 그 과정을 추정하는 모습들에서 기시 유스케 특유의 필력을 느낄 수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나 외엔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는 장면이 마치 미스테리 어드벤쳐 게임의 도입부를 보는듯하다. 어쨋거나, 주인공은 점점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하나하나씩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다가 중후반부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술트릭이 있었다. 기시유스케의 다른작품에 비해서 초반부의 서술이 왠지 어색한 느낌이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주인공은 소설가가 아니라 소설가를 흉내내는 나이든 스토커였다. 그가 산장에 숨어들어 소설가를 살해하고 잠든뒤 모습이 소설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화자 외에 누구도 등장하지 않고, 스스로를 소설가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화자의 시선밖에 따라갈수없는 독자들은 뭔가 다소어색하다는 생각외에는 의심하기 어려울수밖에 없다.


 이 서술트릭을 알고 다시 책을 처음부터 읽어보니, 전후복선을 정리하는 작가 특유의 치밀함이 곳곳에 있었다. 아 이래서 이렇게 서술했구나 라는 느낌. 


 다만, 별로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다. 그냥 기시 유스케가 새로운 한권에 도전했구나. 그 과정에 있는 한권이구나 하는 느낌이다. 물론 범작이라면 범작이라 할수도 있겠지만, 기시유스케의 이름값에 맞는 한권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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