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인들은 종교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들의 일상에서 신적 존재에 대한 인식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와 다르게 일본에서 종교는 문화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식으로 이해하긴 좀 힘들다. 어쨋거나 결혼은 신사에서 죽음은 절에서라는 말처럼 그들의 사후세계관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이 책에서 주인공 쓰바키 과장은 50전후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죽는다. 아마 과로사가 아닐까. 한창 백화점 세일을 지휘하던 그가 죽은 뒤 본 광경은 살았을 때 행정기관과 비슷하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주인공들이 죽으면 가는 곳과 비슷하다. 사후세계 공무원(?)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그들을 분류하고 각각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대로 세상을 떠나기에 너무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많다며 재심사 청구를 해서 통과한다. 결국 그는 좀더 어려진 여성의 몸으로 약 사흘의 현세체류기간을 얻게 되는데..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스포일러라 하기에 이 책은 미스테리물이 아니라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그가 걱정했던 일들이 의외로 별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 예를 들어 걱정했던 가족들이나 업무 등등.. 사실 그렇다. 나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 아둥바둥 댔지만 의외로 세상은 나 없이도 잘 굴러가는 곳이다 라는 걸까. 오히려 주인공에게 반전은 다른 쪽이다. 주인공은 8년전 미모의 여직원과 늦결혼을 했는데, 다른 몸으로 내려오면서 자신이 살았을 때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사실들이 밝혀진다.


 특별한 건 아니고, 어느정도 짐작이 될만한 것들이다. 고졸입사사원이라는 같은 처지에서 여러모로 공감할 수 있었고 신뢰의 대상이 되며 힘들 때 서로 도우며 의지하는 존재였던 도모코. 그녀가 남자에게 차였을 때 둘은 친구의 선을 넘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본격적으로 사귀지 않았다. 여자를 밝히는 주인공은 계속해서 새롭고 젊은 여자들을 찾아다녔고,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냈지만, 6개월도 끌지 못하고 도모코에게 돌아오길 반복한다. 쓰바키과장은 살았을 때 그 관계를 서로에게 편리한 친구이상 애인미만의 관계정도로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내려와서 그녀와 술자리를 하면서 사실 그녀가 자신을 줄곧 사랑했었고 진지하게 결혼도 고민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자신이 8년전에 그런 사실을 모르고 그녀가 일하는 보석매장에 반지를 맞추러 갔었다는 사실과 그 때 도모코가 자신의 결혼반지로 준비하고 있었던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염가에 주었다는 것.. 


 사실 이 책에는 또 다른 주인공들.. (또는 죽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 쓰바키 과장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그를 중심으로 감상을 남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옜날 느낌이다거나 진부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의외로 이런 책들도 종종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작가의 특성상, 문장은 읽기 편하다. 중년쯤되면 좀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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