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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빈부격차 확대를 경고하는 피케티의 이론 ㅣ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갔다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서가에 전시된 걸 구경했다. 21세기~ 라는 작명센스가 왠지 밀레니엄 전후의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책도 두껍고 왠지 어려워 보여서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만화로 읽는 21세기 자본을 보게 되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참 좋은 만화책이다.
히카리라는 성실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어떤 자산이나 뛰어난 학력도 특별한 자격증도 없는 평범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맨손으로 사회에 뛰어드는 청춘들이 보면 공감할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히카리는 작은 규모의 광고회사에서 사무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일하다보면 잘되겠지라는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월급이 체불되고, 주변에서 들은 말에 의하면 이 회사는 임금상승도 없거나 작은 열악한 회사였다. 결국 히카리는 문조 모임에서 들은 여러 조언들을 바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미래를 위해 좀 더 좋은 자리를 찾기로 결심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핵심적인 주장은 현 시대에서 월급쟁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산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MIT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한 엘리트였던 피케티는 좀더 혁신적인 무엇을 위해 교수를 그만두고 귀향해서 최근까지 축적된 여러 지표와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저러한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주류 이론은 경제가 성장되면서 분배격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한다. 하지만, 피케티에 따르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현 사회에서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는 예전같이 폭팔적인 경제성장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산가들의 자본이득률을 따라잡을 수 없다. 결국, 현 사회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자본을 만들고, 그 자본을 잘 굴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히카리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속에서 이러한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어서 공감하기가 쉬웠다.
히카리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 창업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창업에 대해 막연하고 잘 몰라서 계획서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구체화된 창업을 준비하게 되고 만화의 마지막에는 어느정도 안정된 문조카페의 주인이 되어 다른 사람을 바라볼 여유를 갖게 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원서를 읽지는 않았지만,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게 아니라는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피케티가 고민하는 그렇다면 이러한 체제를 어떻게 건전하게 만들어야 할까라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미약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어쨋거나, 현 시대를 잘 진단하는 것 같고, 그러한 내용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만화로 재구성했다는 게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