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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총알여행 -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나는 초간편
신익수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당일치기 총알여행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째는 여행의 물건화다. SNS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의 모습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음식을 '먹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못지 않게 그런 것을 즐긴 자신을 SNS 상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때로는 보여주기 위해서 일련의 기획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총알치기 당일여행도, 꼼꼼한 타임테이블을 통해서 총알같이 누릴 걸 누리고 오자는 의미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또 하나는 여행에 대한 부담감의 완화다. 여행을 하려면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짧은 시간에도 어딘가를 다녀올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사계로 챕터를 구성했다. 다양한 여행 이야기가 있다. 개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색 도서관 투어다. 도서관 투어는 나도 좋아하기 때문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하고는 좀 달랐다. 나도 이색적이고 멋진 도서관의 외양을 보면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좋아하지만, 겨우 그것만을 위해 여행을 다니진 않는다. 도서관 외에 그런 건물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도서관 투어를 다니는 이유는 서점에서 사라진 희귀한 책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요즘 정부시책에 따라 도서관에서 '독서'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문화체험'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나는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도서관은 있었다. 구로구에 있는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 한장과 몇줄 안되는 묘사로는 제대로 된 외관을 알 수 없지만, 도서관을 한옥으로 만든다는 발상이 멋진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는 '장소'도 굉장히 중요하다.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모든 영감에는 그 영감을 불러일으킨 장소가 존재하지 않았던가. 프랑스의 파리나 이탈리아의 로마와 같이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컨테이너 도서관도 인상적이다. 낙성대공원에 있다고 하는데, 한번 보고 싶다.
이 책은 이러한 스타일의 작은 글들이 수십개 이상 들어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잘 몰랐던 이색적인 공간들을 발견하게 도와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쿠터 여행 기차 여행 등 끌릴만한 코스도 있고..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들춰보지 않을까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물론, 너무 늦게 들추면 그 사이에 그 장소가 바뀌었거나 사라질 수 도 있겠지만..
이런 책을 어떻게 썼나 궁금해서 글쓴이 약력을 보니, 여행 전문 신문기자란다.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았으니 부러운 생각이 살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