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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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 섬이 많다는 건, 지리시간에 울퉁불퉁 정신없는 남해와 서해의 해안선을 따라 그릴 때 느꼈던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섬의 이름을 대보라면.. 제주도, 울릉도, 독도, 거제도, 백령도, ... , 의외로 수많은 섬들 중 내가 아는 섬들은 손에 꼽을 정도고, 그 중 내가 직접 가본 섬은 섬은 섬이되 매우 큰 제주도 정도밖에 없더라.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대단한 정력으로 수많은 섬들을 다녀오고 이 책을 엮어냈다.


 그러한 정력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머리말에서 저자는 시인답게 문학적인 수사로 섬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고 있다. 조금 애매하게 서술되어 있긴 하지만, 섬은 시인에게 순수함의 원천 또는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느 무언가였던 것 같다. 어쨋거나, 시인은 떠났고... 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주로 노인분들이었지만)


 이 책에는 유독 섬 사람들의 모습이 많다. 때로 섬사람이 없는 무인도에도 지은이는 찾아가는데, 그런 경우에는 섬에 살았던 사람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추적하기도 한다. 그처럼 시인은 단순히 자연풍경으로 섬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섬과 함께 살아간 사람들을 통해서 섬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그리 두껍지 않은 300여페이지에 불과하지만, 28여 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글은 쓸데없는 수사보다 어느 곳에서 출발해서 섬의 어디에 도착했고, 어느 사람을 만났고, 어느 곳에 올랐고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이 연상되었는 지 등을 난잡한 수사 없이 간결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300여페이지에 저 많은 섬의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모르는 사람들과 민박의 사정으로 우연히 밥상머리에 같이 앉기도 하고..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몰라도 각자의 사정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 섬의 숨은 이야기를 길어 올리기도 하는 저자의 섬 탐사는 그 자체로 민속학적인 가치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둘 사라져가는 섬의 노인분들의 삶은 섬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그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달까.


 물론, 지은이의 섬 탐사는 각 섬마다 그리 긴 기간을 체류하지 않기 때문에 섬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체험을 이끌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만나본 것들에 의해 맹인 코끼리 만지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섬들을 다니며 현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섬의 과거를 시인적 감성으로 찾아다닌 저자의 노력은 대단한 것 같다.


 나역시 이 책을 읽고, 그 섬에 한 번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으니, 이 책은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비용과 시간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런 사람이 먼저 했으니 나도 언젠가 내가 찾지못한 무언가를 위해서 이런 여행을 다닐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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