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철학 - 뇌가 섹시해지는
앤 루니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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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없이 편하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고를 경험하고, 철학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철학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서적이다. 저자의 필력이 좋은 건지 번역을 잘한 건지 부담없이 읽힌다. 전문성은 없지만, 철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철학을 맛 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유명한 철학 교수님들이 쓴 교양서중에 어려운 서술과 아카데믹한 구성으로 일반인들이 읽기 힘든 책들이 종종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종류가 아니니 안심하고 골라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몇 챕터를 소개하겠다. 챕터, '영원히 살고 싶은가?'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생각들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마음은 종교에서 영원히 사는 사후세계의 이미지를 낳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저자는 본다. 하지만, 러셀도 그렇고 히친스도 그렇고 종교성을 배제하고 철학적으로 사고해보면, 결국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자세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귀결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삶의 제한에서 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어렵다면, 에피쿠로스의 위트있는 한마디 '죽음 이후의 삶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그 때 너는 없을테니'라는 격언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가 하면, 챕터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경계'도 흥미롭다. 자유의지는 '나'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죽음에의 공포가 '나'가 사라진다는 것에의 두려움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자유의지' 역시 그 존재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 모두는 당연하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원하는대로 신체를 움직이는 것 같다. 하지만, 본문에서 인용한 2008년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행해진 신경학 실험을 보자. 버튼을 왼손으로 누를 지 오른손으로 누를 지의 선택을 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뇌 활동을 MRI스캐너로 실시간 측정한 실험이다. 흥미롭게도, 결정을 내리기 7초전에 이미 뇌 활동은 잠재의식적 과정을 통해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없지만 뇌가 우리를 속여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라고 까지 말한다. 물론, 이 실험이 확실한 하나의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인상깊었던 두 챕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교양을 쌓고싶은데 교양철학수업이 부담스럽다면, 가지고 다니며 짜투리 시간마다 읽으면서 지적 충족감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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