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의 책 -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
윤성근 지음 / 마카롱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칼럼집이다. 솔직히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런 류의 체계성 부족한 잡지기사같은 글들이 아마존과 동남아의 밀림을 베어가며 생산한 펄프를 통해 종이로 찍어지는게 좋은 현상인가는 의문이다. 뭐 어떤가. 현재 유통체계가 그런가 보지. 이 책도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에는 죄가 없다. 한편으로 좋은점도 있다. 인터넷의 글들은 종종 사라져버리고, 때때로 그 체계가 무너지기도 하며, 무엇보다 읽으려면 눈아프다. 요새는 스마트폰들을 비롯한 좋은 기기들도 있지만... 역시 종이의 가독성에는 어린 아이수준이다. 하나 더 좋은점을 읊어볼까? 저자의 필력이 따봉이다. 이 정도 글을 쓰는 저자라면... 적어도 잡지들에 낭비되는 펄프들보다는 훨씬 가치있게(?) 나무를 베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뭐, 그렇다고 베어져 압착된 나무들의 생명권을 없던것처럼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가 강렬하게 다른 곳으로 샜다.

책으로 돌아가자. 이 책 잡고 있는 지 꽤 됐다. 사실 그런걸. 나의 독서 스타일 자체가 한 권을 몰입해서 잘 읽지 않는다. 최근에는 더더욱 그렇다. 소설같이 연속성이 있는, 도저히 다음 스토리를 안 읽으면 버틸 수 없는 중독성을 부여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은... 도저히 한 번에 읽어낸다는게 쉽지 않다. 더더욱, 이 책은 각 글들이 완결성이 있지 않은가. 한 편을 읽은 순간 한 권을 읽어낸 느낌인데 어쩌라고. 읽는 순간 다른 책들이 떠오르고 새로운 자극의 갈구함이 펼쳐지고, 여러 망상(?)과 꿈과 자극들이 오락가락하는데... 그 즐거움을 떠나 모던 타임즈에서 시계를 돌리는 가여운 채플린의 흉내를 내듯 다음 읽기로 돌입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생각하려고 읽지, 읽기위해 읽는건 아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이유는 '즐거움'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가 또 한번 강렬하게 다른 곳으로 샜다.

위키에 이 책의 몇 챕터를 정리했다. 헌책방 주인답게, 다른 책들이라는 외부통로가 수없이 산재해 있어서 링크 식으로 정리가 쉬운 위키야말로 이 책의 정리에 탁월한 도구였다. 물론, 그 정리도의 100%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그냥 제로라고 읽어도 좋다.)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나오는데... 마법사의 책이라는 책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이 책을 특별하게 했다.

마법사의 책. 무슨 판타지 소설 아니냐 하겠는데, 오컬트 책이다. 수상해보이지? 수상한 책 맞다(...) 예전에 도서관붙박이로 살던 시절 서가에서 특이한 제목에 끌려 몇차례 구경한 적이 있는데... 특유의 포스에 질려 읽어보진 못했다. 근데, 어이없게도 그 책과 거리가 멀어진 이 시점에 그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겨버리다니. 저자는 그가 운영하는 헌책방을 종종 문화공간으로 대여 또는 제공하는데, 하루는 흑마술 집단의 대여 의뢰를 받는다(...) 저자의 심정이 어땠을까? 어쨋거나 그 집단의 추천서는 바로 이 책이었고, 저자는 나와 유사한(아마도) 심정으로 반신반의하며 그 책을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결과는 의외로 대박이었다. 그 대박이 이 책의 소개로 이어졌고, 나에게까지 그 책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

사실 마법사라는 개념은 오늘날 판타지로 그 것을 접한 이들에게는 일종의 게임 캐릭터같은 하나의 스킬러 같은 것이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의외로 친숙한 구석이 있다. 마법사의 '魔'라는 글자에 귀신의 상형자가 들어 있는 것처럼, 이 집단은 자연 그대로의 집단과 꽤 관계가 있다. 중세에서야 탄압의 대상이 되면서 그들의 정체성이 굳어지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역사책을 통해 살펴본 독자들은 그들이 과연 우리와 이질적인 이세계의 존재들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에 가까운 것에 빠져들 수 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시원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체계화 되어 종교에 가까워진 부류는, 어쩐지 이세계스럽지만 :D

뭐 이런 스타일의 책이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책들을 몇 권 건지게 해주었는데, 저자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어서 좋았던 책이라고나 할까.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참 재미난 공간이다. 좋았기 때문에(?) 별 하나를 더 추가해본다. 주관적 별 하나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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