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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띵이가 그랬어 ㅣ 바람그림책 133
윤진현 지음 / 천개의바람 / 2023년 1월
평점 :
“띵띵이가 그랬어!”
막 혼내려는데 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 말을 하는 데 멈출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행동이나 자신과 남을 해치는 위험한 행동이 아니면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혼내지 않기로 마음은 먹지만 그래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늘 고민이다.
그러던 중 반가운 그림책이 나왔다. 상상 놀이를 하며 천방지축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양육과 교육 현장에서 뜬금없는 행동을 하는 초등 저학년 이하의 자녀나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내용이, 어릴 때부터 모범적인 생활을 강요받는 아이들에게는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한다.

앞표지에는 붓과 연필로 사방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난 아이의 만족스러운 환한 표정이, 뒤표지에는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엄마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다행히 엄마 앞에는 아이가 자기가 그려놓은 세상에서 마음껏 즐겁게 상상놀이 하는 모습이 펼쳐져 있다.
건물과 아이들의 배치를 다르게 함으로 앞 면지에는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임을, 뒤 면지에는 다음날 학교로 가는 모습임을 알려준다. 앞 면지 말주머니에서는 본문에서 일어날 일을, 뒤 면지 말주머니에서는 이 그림책의 반전을 짐작하게 한다.
본문에서는 현실과 환상 세계가 번갈아 나오는데 환상 장면에서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놀이하듯이 그림 속의 캐릭터를 찾아보며 이야기를 만들거나 책 속의 주인공들을 찾아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맞히는 것도 재미있다. 개학해서 2학년 우리반 아이들을 만나 읽어주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까 기대되기도 한다. 학교(유치원) 다녀와서 신나게 놀 궁리를 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이해해주는 엄마!
하지만 엄마가 뭐로 변신해도
언제나 우리 엄마야.
마음이 따뜻해지는 마지막 문장이다. 말썽꾸러기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의 반전은 책에서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윤진현은 <다다다 다른별학교>와 <위대한 가족>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수채화, 아크릴,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거나 판화작업을 통해 그림을 표현하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화사한 색감으로 상상의 세계를 잘 나타낸다.
아이의 자유로움이 “띵띵이”이라는 비밀친구로 나오지만, 작가의 어릴 적 별명이 띵띵이었음은 또 다른 비밀!
아이들은 신나게 놀거리를 찾는 데서 재미를 느끼고 볼거리가 많은 그림에 푹 빠져들면서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 어른인 우리가 살아왔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길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어릴 적 비밀친구를 전혀 기억하지도 못하고 어린이의 마음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