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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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우선 책의 표지가 이쁘고 보는 각도에 따라 나무의 잎에 빛이 비추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나무에 새겨진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Tree Story: The History of the World Written in Rings"이다.

원제를 알고나면 한국어판의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나이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간의 삶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에 나이테는 지구에서의 인류의 역사와 삶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책 날개에 적힌 질문들을 보면,

나이테가 넓어지면 바다는 잠잠해지고 해적선은 날뛴다.
나무가 기록한 로마 제국과 몽골 제국의 흥망성쇠
나무와 나이테가 지구 온난화의 결정적인 증거?
지구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나무를 죽인 사람은?
세계 최초의 나이테 연구소는 왜 사막에 있을까?

읽기만 해도 흥미를 유발하는 질문들임을 알 수 있다.

나무와 나이테에 대해 그동안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에 이끌려 책을 펼칠 수 밖에 없도록 독자를 자극하고 있다.

저자 발레리 트루에는 세계적인 연륜연대학자로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교수이다. 철저하게 연구자임을 책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래프, 사진, 기타 자료들이 논문에서 볼 법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한 16개의 에피소드들에도 저자의 연구에 대한 내용들이 어떤 부분은 에세이 형태로 어떤 부분은 보고서 형태로 서술되는 것을 보면 연구자의 본성은 감출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질문들 중에 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잠깐 들여다 보면,

1964년에 대학원생 돈 커리는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엄청난 크기의 나무를 발견하고 벌목 허가를 받아 베어 냈다. 그런데 그는 그 나무의 단면에서 무려 4862개의 나이테를 발견하였고 그는 지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를 죽였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50년도 넘은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은 나이테를 세기 위해서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될만큼 기술이 발전했음을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나이테 연구자들의 은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스부호, 하키스틱, 국수가닥, 스파게티 접시, 쿠키 등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하나씩 뜻을 이해하게 되고 책의 뒷부분에는 은어만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새 막힘없이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모스부호는 나이테 서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넓고 좁은 나이테의 패턴을 의미한다.
그리고 하키스틱은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하면서 등장하는 그래프의 형태가 하키스틱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쿠키는 나이테를 세기 위해 원판형으로 잘라낸 나무 줄기를 일컷는 말이다.
둥근 모양이 쿠키를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책에는 그동안 몰랐던 나이테의 생성 원리에 대해 매우 친절한 설명이 담겨있다.
나무를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와 세포벽이 보이는데 봄에 형성되는 춘재 세포는 물과 양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포의 크기가 크고 세포벽이 얇다. 반대로 늦여름과 가을에 만들어지는 추재 세포는 작고 벽이 두껍다.
이렇게 춘재의 커다란 물관과 추재의 작은 물관이 적절히 배열되어 나이테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나무를 자르지 않고 나이테를 알 수 있는 나이테 측정기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나이테 측정기를 나무 몸통에 대고 구멍을 뚫어서 목편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나무의 굵기 마다 사용해야 하는 나이테 측정기가 달라지고 이 작업은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초보자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나이테로 알 수 있는 것들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나이테 연구가 주목받게 된 대표적인 사건은 바이올린 '메시아' 진품 논란이었다. 바이올린 장인이 만들고 현존하는 악기 중 가장 비싸다고 알려졌지만 위작 가능성이 제기되어 나이테 폭을 측정해 제작 시기를 추정하였고 결론적으로 진품으로 판정되었다.

이 밖에도 나이테를 통해 나무가 있던 해당 지역의 기후와 전염병, 화제 등의 큰 사건들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고, 건축물의 나이, 유럽의 건축활동이 활발했던 시기들을 알아낼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에 담겨 있으니 책을 직접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듣기만 해도 생소한 연륜연대학자인 저자의 책을 통해 연륜연대기가 나이테 연대기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고 그동안 몰랐던 나이테 생성 원리와 나이테를 통해 나무의 나이를 알아내는 방법, 나이테 패턴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들에 대해 배우면서 마치 나이테를 저자와 함께 연구하게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인 이 책은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흥미로운 주제들로 채워져있고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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