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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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이라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예루살렘에는 해변이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루살렘 해변이다.
옮긴이의 심정 처럼 나 역시 제목이 가져오는 역설에 끌려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첫 느낌은 대단히 독특한 문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작가의 데뷔작 답게 약간은 불친절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스며들어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에 관찰자로써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이끄는 것 같았다.

또 한가지 이 책의 특징은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장르에 연연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담아낸 책 답게 SF적인 요소들이 가득 담긴 이야기부터 시작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주인공이 있는 이야기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소설이 가진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가지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독자로 하여금 낯선 곳에 놓인 감정을 맛보게 한다.
작가가 태어난 곳인 이스라엘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배경적인 요인을 이해하고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곳의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옮긴이를 매우 힘들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서사가 불친절하다. 배경, 장소, 화자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종종 등장해서 소설을 따라가기 어렵게 해놓은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14가지 이야기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다.
"101.3FM"이라는 이야기는 타인의 마음의 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다. 주인공은 라디오를 수리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감이 없었던 연애에도 이 라디오 덕분에 수월한 궤도에 오르지만 점점 주인공이 라디오에 집작하는 모습을 그린다.

SNS에 거짓 사진, 거짓 이야기를 올리는 두명의 남녀 주인공을 다룬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뻗어나간다.
계속해서 현실과 다른 시간의 흐름을 지닌 꿈을 꾸고 있는 소녀를 다룬 "엑시트".
서로 다른 색깔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다.
그와 동시에 이 책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다양한 삶의 의미와 인생 이야기가 녹아져 있다.
아래는 책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다른 독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넌 이해 못 해. 그 모두가 네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하나의 나로 만들어주었다는 걸."

"그녀는 자신에게 인생은 흑백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회색과 함께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감정이 싹트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나는 안다."

"어쩌면 하나의 거창한 의미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의 웃음소리나 푸른 풀 같은 작고 단순한 것들을 위해 살기 시작해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르죠."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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