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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지루할 틈 없이 넘어간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작이다. 마치 영화 한 편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실제로 보지도 않은 장면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스티븐 킹 부자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항상 소설 공동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지만 이 소설은 내용상 이질감이 전혀 없고 소설 속 설정들이 일관적이며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세상이라는 느낌이 없다. 그래서 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를 모두 나열하기엔 방대하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굵직한 사건과 주요 등장인물 중심으로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오로라병, 그것은 여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병이며 잠을 자게되면 얼굴을 하얀 실과 같은 물질로 덮이는 현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 현상을 겪는 사람은 곤히 잠을 자는 것과 같이 보이지만, 이 하얀 물질을 잘못해서 없애면 그 여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극단적인 폭력성을 보이며 믿기지 않는 힘을 발휘하여 상대에게 해를 끼친다.
어찌보면 좀비와 비슷한 공포감을 주지만 좀비보다는 극히 제한적인 설정으로 그 독특함을 발휘한다.
어느 바이러스, 좀비물의 설정에서나 그렇듯이 이 질병은 초반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증상과 대상등이 공개되며 조금씩 그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병의 존재에 대해 알게된 여성들은 잠에 들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잠을 자지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소설속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결국 이 병에 이르게 되지 않을 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이비 블랙의 실체는 무엇일까? 마치 끔찍한 살인사건에 대해 풀어가는 소설인 것처럼 ‘이비’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녀는 괴력의 힘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소설의 메인 배경이 되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녀를 관찰하던 교도관은 그녀가 잠에 들고 아무 문제없이 깨어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오로라병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녀같은 예측 능력과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알아맞추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에도 분명 비밀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녀는 괴력을 지녔으며 오로라병에서 자유로운 것인가 작가는 조금씩 조금씩 그 사실들을 간보듯이 풀어간다.
클린트, 라일라 부부의 뒷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일까? 노크로스 부부로 등장하며 주인공들 중에서도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오로라병의 사건만 쫒는 이야기 뿐만아니라 이 부부를 중심으로 얽혀있는 인물 사이의 사건과 감정변화도 지켜볼만한 포인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교도소장인 라일라는 소설 초반에 이비를 체포한다. 그녀는 클린트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으며 잠들지 않도록 고군분투한다. 이처럼 한가지 사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이 가지고 있는 심리 상태를 정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를 모두 끌고와서 하나의 캐릭터와 그 주변 인물들을 완성시키면서 각 등장인물에 생명력과 사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클린트는 교도소 심리 상담가를 맡고 있다. 라일라와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중인 제소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프랭크는 과연 자신의 딸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 굉장히 거칠고 저돌적인 캐릭터의 야생 동물 관리관인 프랭크는 자신의 딸의 오로라병을 치료하기 위한 모험을 나서게 된다. 이야기 초반에는 노크로스 부부와 접점이 없는 것처럼 전개되지만 결국 모든 인물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방의 비밀은 무엇일까? 소설의 전반에 등장하는 나방의 비밀에 대해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나방은 오로라병과 관련이 있어보이고 이비의 특별한 능력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본격적인 비밀의 열쇠는 소설 후반부인 2권에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잠자는 미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혼란인 지금, 오로라병이라는 설정으로 또 한번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는 굉장히 사실적인 소설이다. 좀비 드라마의 대명사인 워킹데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그와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과 갈등 요소들이 쉴틈없는 전개에 속도를 더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소설속 등장인물의 이름에 대한 번역이 개인적으로 옥의 티로 느껴졌다.
돈, 던으로 표현되고 에인절, 엔젤로 표현한 부분은 영어적 허용으로 봐줄 수 있지만 등장인물이 많은 이 책에서는 독자에게 특별한 설명없이 섞어쓰는 상황이 등장해서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어느 영미 번역판 소설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등장인물의 성, 이름을 섞어서 쓰는 경우도 많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원작이 그렇게 쓰여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책은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아직 1권까지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뒷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과연 1권에서 던져놓은 떡밥들은 어떤 식으로 회수가 될 것이며 인물들이 가진 갈등의 해소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오로라병은 어떻게 해결이 될 건지 기대된다.
2권을 안읽을 수 없게 만드는 1권이다. 개인적으로 1,2,3권으로 분권되어서 나와도 될만한 분량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콘티가 생각날정도의 디테일한 장면과 실재할 것 같은 인물들의 설정이 작가 스티븐 킹, 오언 킹이 얼마나 대단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그 무한함에 독자로서 감사할 뿐이다. 영화화된다면 흥행은 보장하리라 생각된다.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던 빌 호지스 3부작도 어서 꺼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