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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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유명한 이케이도 준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았다.

일곱 개의 회의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한자와 나오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3까지 모두 읽어보았고 그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이 책에 거는 기대도 컸다.

결과적으로 이케이도 준 작가의 장점이 모두 담겨진 책이었다.

가독성이 좋고 금새 읽히면서 허를 찌르는 전개까지 이 전에 한자와 나오키에서 보여줬던 통쾌함을 또 한번 재현하고 있었다.



책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8화로 구성되어 있다.



1화 잠귀신 핫카쿠

2화 네지로쿠 분투기

3화 결혼 퇴사

4화 생업은 경리

5화 사내 정치가

6화 가짜 사자

7화 어전회의

8화 마지막 안건



처음에 각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줄 알고 무심코 읽었다가 하나의 이야기로 관통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곱 개의 회의는 중견기업 도쿄겐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은폐와 폭로의 갈림길에 선 주인공들의 갈등과 선택을 그린 옴니버스 구성의 소설이다.

출간되고 얼마 있지 않아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2019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책의 띠지에서 작가가 이야기했 듯이 정말 재미있는 소설로 단숨에 읽히고 회사원으로써 공감가는 부분이 내용 중간중간에 와 닿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경리부의 하라시마의 관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실적에 시달리는 도쿄겐덴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날 하라시마는 영업1과의 사카도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위원회에 회부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고발자는 핫카쿠 계장이고 일은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어 혐의가 인정되었고 사카도의 인사 대기발령까지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에 하라시마에게 영업1과의 과장으로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게된다.

사카도의 대기 발령은 기타가와 부장의 제안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하라시마는 이 후 만난 시카도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석연치 않은 징계에 비해 사카도의 대도가 너무나 미련 없이 깔끔했기 때문이다.

핫카쿠와 면담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된 하라시마의 모습을 묘사하며 1화가 끝난다.



2화는 네지로쿠라는 나사 제조업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네지로쿠를 물려받게 된 이쓰로. 도쿄겐덴은 네지로쿠의 주요 고객 중 하나로 1화에서 등장했던 사카도가 네지로쿠의 담당자 중에 하나였다.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나사 업체끼리의 경합을 제시하는 사카도에게 이쓰로는 만족할만한 견적서를 제시하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가격을 더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적자를 보면서 나사를 팔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그렇게 네지로쿠는 도쿄겐덴에 납품하는 일을 경쟁사에게 빼앗기게 된다.

거래처를 잃은 네지로쿠의 이쓰로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하라시마라는 도쿄겐덴의 과장이 다시 나사 수주를 맡기고 이쓰로는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3화는 하마모토 유이라는 도쿄겐덴에서 5년동안 일했다. 그녀는 닛타 유스케라는 같은 회사 과장대리와 불륜관계였고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퇴사의 이유로 결혼을 선언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녀는 회사를 나가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여길만한 것을 찾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야근할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파는 아이디어인 “무인 도넛 판매시스템”이다.

무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일을 추진하고 설문 조사와 협력업체 섭외 기획서 작성을 통해 그녀는 누구를 위해 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어려움을 해치고 나간다는 다짐으로 일을 추진한다.

결국 그녀는 원하던 무인 도넛 판매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사를 나간다.



4화는 닛타에게로 시점이 넘어간다. 닛타는 경리부에서 일 한다. 하라시마 과장이 발령된 이후 나사 공급업체가 변경되서 원가 상승에 의한 경비가 증가된 것을 알게되고 하라시마와 대립각을 세운다.

닛타의 상사 가모다가 임원회의에 해당 내용을 보고했지만 무시당하고 나온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닛타는 조용히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과연 닛타는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하라시마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납득할 수 없는 수주를 진행한 것일까?

사카도의 징계와 퇴사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야기의 속도감이 더 해진다.

진상에 접근할 수록 그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 후 이야기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회사라는 곳은 주인공이 없다. 그렇듯 일곱 개의 회의라는 책 안에서도 고정된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사람의 시점을 거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서로 얽혀서 굴러가는 모양을 이야기의 화자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일개 회사원으로써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케이도 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책에 등장한 뼈를 찌르는 듯한 질문들이다.





“회사에 필요한 인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만두면 대신할 누군가가 나와요. 조직이란 그런 거 아닙니까”



“하나만 묻자. 오빠는 뭘 위해 일하는데? 지금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게 오빠한테 어떤 의미가 있어? 정말 그거면 돼?”



“나는 대체 회사의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뭔가 버려야만 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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