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구름이었다 시인수첩 시인선 26
방수진 지음 / 문학수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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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들어도 전혀 무겁지 않고 부담 없는 두께를 가진 시집이다.

제목에 이끌려 시인의 말에 이끌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었다가 비였다가

문이었다가 등받이였다가

통로였다가 벽이었다가

선이었다가 점이었다가

너였다가 나였다가

한때는

당신도

그리고

나도.

시인의 말 [한때 구름이었다 中]

시는 곱씹고 되뇌며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더욱 그런 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시는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쓰였다.

조금만 읽어도 시 자체가 작가의 삶이며 일기이고 수필이다.

작가의 생각과 삶을 시라는 매개체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렵지 않게 작가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다.

그녀가 보았던 무인반납기, 포도알, 골목, 귓볼, 바람, 오징어...

그녀가 여행했던 알래스카, 히말라야, 티베트, 베이징, 아마존.. (실제로 여행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재로 쓰였다)

그녀의 가족과 할머니..

그리고 그녀가 겪었던 사랑..

어쩌면 시를 통해 작가가 미쳐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듯 시 하나하나 은유와 묘사가 넘쳐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사뭇 고독하고 우울하다. (위트가 넘치는 시도 있지만,)

제목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雨연히"라는 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너의 일기장에 흘겨 쓴다 우리는 한때 구름이었다

...

비가 오면 저마다의 손님을 받아 내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지 우산을 들고 이곳저곳 달아나기도 했지

우산 없는 아이들보다 우산 있는 친구들의 고함 소리가 더 빨리 잦아들곤 했었다 젖지 않으려면 우산 하나에 모두 숨거나 하나씩 덧댈 수 밖에 없어서, 갑자기 친구 손이 우산속으로 쑤욱 나를 끌어당겼다 나란히 어깨동무한 난쟁이 행성들 만들어 놓고 우린, 그때 처음 깨달았는지 몰라

교집합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이다

...

雨연히 中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책의 제목 "한때 구름이었다"와 시인의 말에 이어 바로 등장하는 첫 번째 시가 "雨연히"인데

내용이 일맥상통하고 이 책이 가진 다른 모든 시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우리는 모두 구름이고, 비와 같은 슬픔을 가졌으며 그 과정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거치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라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속삭이고 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재밌고 인상 깊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일부 발췌한 부분이다.

이렇게 일 부분만 읽어도 감성을 깊게 건드리는 표현을 만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런 시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무인반납기>

왜 슬픔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가

삼키는 대로 자꾸만 입을 벌리는 무인반납기

<물고기자리>

당신이 내놓고 간 창문에 벌써 며칠째 별들이 머물다 갑니다.

<낮아지는 골목>

바람도 숨을 멈추고 듣는 음악이 있었다.

<몽유>

그리움이 목을 매면 은하가 될까

<아이의 방식>

바람의 목덜미를 낚아채

빈 하루를 기우는 일

부끄러움을 잘게 쪼개어

허기를 채우는 일

기울어지는

시간의 고개를

애써 되돌려 놓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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