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노로봇 기술의 발달로 기억 개조가 가능한 세계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소꿉친구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꿈을 조작, 삽입)과 유사한 기억 개조를 모티브로 지어진 소설이다.

가정부터 매우 흥미로운 소재임이 분명하고 그런 이야기의 중심 소재를 가지고 펼쳐나갈 로맨스 이야기가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




먼저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용어 설명 페이지가 등장한다.

위의 용어들이 아무렇지않게 소설속에서 사용되고 나오기 때문에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른 용어들은 다 납득이 되는데 그린그린은 왜 그린그린인지 살짝 갸우뚱해지는 용어다.

이 소설의 화자는 두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목차를 가지고 있지만 크게 두 챕터로 구분할 수 있다.

1. 그린그린

2. 반딧불이의 빛

3. 파셜 리콜

4. 새하얀 페이지

5. 히어로

6. 히로인

7. 기도

8. Reprise

9. 스토리텔러

10. 보이 미츠 걸

11. 너의 이야기

12. 나의 이야기



우선 첫 부분은 주인공 아마가이 치히로의 파트로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고 레테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그러나 배송착오로 그가 사용하게 된 나노 로봇은 그린그린이었다. 그렇게 그는 이상적인 청춘의 기억으로써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소꿉 친구에 대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기억에 대한 진짜 존재가 그 앞에 나타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나쓰나기 도카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소설의 두번째 주인공이다.

그녀는 그에게 진짜 소꿉친구처럼 친하게 대하고 음식을 해주며, 함게 하루를 보낸다. 아무리 존재할리 없는 기억이라고 치히로가 되새길 수록 도카는 치히로와 같은 기억을 이야기하고 추억하며 그에게 둘도 없는 소꿉친구처럼 대한다.


혹시 레테를 복용하고 나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치히로는 자기자신까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불현듯 도카가 사라진다.


치히로가 그녀의 존재를 찾아나서고 이야기는 반전이 시작된다.


그녀의 정체는 의억기공사로 치히로에게 레테 대신 그린그린을 제공한 사람이었다. 알고보니 모든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고 의도적인 접근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우울한 뒷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서서히 과거의 기억부터 잊어가며 결국에 완전하게 아무런 기억이 존재하지 않게되는 시한부 환자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치히로에게 접근한 것은 어떻게 보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자신을 이해해줄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소설은 지루할 틈 없이 잘 짜여진 이야기로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매끄러운 편이며 기억을 잃는 과정과 현실과 조작된 기억사이에 대한 약간의 억지 설정이 있긴 하지만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이다.


문득 소설을 읽으면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억을 전부 잃는 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결국 죽음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사람으로 살면서 하나씩 쌓여가는 기억을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아를 찾아가고 또 기억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닐까.


내놓는 책마다 독특한 설정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미아키 스가루의 '너의 이야기'도 오락적인 요소 뿐만아니라 삶과 기억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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