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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조선일보 첫 여성 팀장이자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 전공자인 곽아람 작가의 에세이. 그녀가 들었던 대학 시절 강의들을 따라 우리에게 있어 인문 교양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그리고 진정한 공부의 의미 또한 다시 한번 되뇌어볼 수 있던 책이었다. 특히, 저자가 미술을 전공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만큼 예술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책을 쭉 읽으면서 굉장히 오래전에 들었던 대학 수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아직도 기억하고 이를 본인의 교양을 쌓아나가는 거름으로 계속 활용해나갔다는 것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단기간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바라보는 보통의 사람들과의 관점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러한 지식들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싹은 물을 준 것을 결코 잊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식견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p.63)
그렇다면 내 대학생활에서 공부는 어떠한 의미가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내게 대학에서의 강의는 학문의 탐구보다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다리에 불과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보다는 학점을 잘 준다는 교수를, 족보가 있다는 수업을 따라간 적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고등학교 때까지 나름 모범생이라 불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에 들어갔음에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어찌 보면 그때까지 한 공부에 대한 보상 심리였을지도 모른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p.117)
그래서 대학 생활 내내 많은 경험들을 하고 정말 재미있게 놀았지만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교육으로서의 ‘교양'을 꾸준히 쌓아오진 못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학문을 배워나갈 수 있는 마지막이자 자유로운 기회였던 대학 시절을 떠나왔다는 게 아쉬웠고 공부를 통한 깨달음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껴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공부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공부가 더 중요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