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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하는 자세 - ‘첫 책 지원 공모’ 선정작
이태승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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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회사원과 공무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단편 소설집이다. 다양하지만 ‘근로자'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으레 겪을만한 위기 상황들을 겪곤 한다. 고지식하고 답답한 팀장, 잔인한 사내 투표, 팀원 관리와 같이 단지 소설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굉장히 현실적인 상황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작가 스스로가 현재 세종시에서 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찐 근로자라 이야기들이 한층 더 현실적인 듯하다. 이런 소설의 재미는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해 보며 같이 화내고 행복해하면서 공감하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까지 가자> <재능의 불시착> 같은 일과 관련된 현실적인 소설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도 추천한다.


계속 이렇게 꾸지람을 듣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자는 게 더 생산적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회의를 줄이기 위한 회의를 하자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 같았으니까요. 시-정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려 했는데 시-발이라고 해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놓인 선인장 화분을 통째로 집어던졌죠. 창문 깨지는 소리와 함께 깨진 구멍으로 비바람이 몰려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잠이 확 달아나더군요. 바람이 불어오는 맞은편 책장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같은 책들이 꽂혀 있었습니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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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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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첫 여성 팀장이자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 전공자인 곽아람 작가의 에세이. 그녀가 들었던 대학 시절 강의들을 따라 우리에게 있어 인문 교양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그리고 진정한 공부의 의미 또한 다시 한번 되뇌어볼 수 있던 책이었다. 특히, 저자가 미술을 전공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만큼 예술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책을 쭉 읽으면서 굉장히 오래전에 들었던 대학 수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아직도 기억하고 이를 본인의 교양을 쌓아나가는 거름으로 계속 활용해나갔다는 것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단기간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바라보는 보통의 사람들과의 관점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러한 지식들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싹은 물을 준 것을 결코 잊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식견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p.63)

그렇다면 내 대학생활에서 공부는 어떠한 의미가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내게 대학에서의 강의는 학문의 탐구보다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다리에 불과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보다는 학점을 잘 준다는 교수를, 족보가 있다는 수업을 따라간 적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고등학교 때까지 나름 모범생이라 불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에 들어갔음에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어찌 보면 그때까지 한 공부에 대한 보상 심리였을지도 모른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p.117)

그래서 대학 생활 내내 많은 경험들을 하고 정말 재미있게 놀았지만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교육으로서의 ‘교양'을 꾸준히 쌓아오진 못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학문을 배워나갈 수 있는 마지막이자 자유로운 기회였던 대학 시절을 떠나왔다는 게 아쉬웠고 공부를 통한 깨달음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껴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공부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공부가 더 중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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