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종말주의자 고희망

종말주의자 고희망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종말에 대한 소설을 쓰는 15살 소녀 고희망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따듯한 소설이다. ‘종말주의자'와 ‘희망'. 어떻게 보면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개의 단어가 제목으로 쓰였다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표지 조차 아름다운 분홍색 벽 사이에서 쾌청한 하늘을 바라보는 소녀의 뒷 모습으로 되어있는데 밝은 배경에서도 어두움이 보여서 어떤 이야기일까 굉장히 궁금했다.

소설의 큰 줄기는 고희망이 쓰는 종말 소설, 위태위태하게 이어지는 도하와의 관계, 그리고 희망를 가장 많이 아껴주는 삼촌 요한과의 관계이다. 왜 희망이가 종말주의자가 되었는가는 남동생 소망의 사고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자신이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가정이 무너졌다는 것은 당시 10살이던 희망이가 견디기에는 어려운 큰 사건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 주변의 누군가가 그렇게 쉽게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그 깨달음이 희망으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희망이에게 있어 지수와 요한은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서포터임과 동시의 희망이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이다. 지수는 희망이의 종말 소설의 몇 안되는 구독자이면서 도하에 대한 희망이의 마음을 본인보다도 잘 아는 친구이다. 친구의 연애도, 그리고 친구의 글쓰기 모두 응원해주는 진정한 친구이다. 그리고 삼촌인 요한은 명문대를 나와 잘나가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엄친아이다. 집안의 그 어떤 어른보다 희망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지만, 동성애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세상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희망이는 삼촌은 그저 삼촌일 뿐이라며 요한이 희망이를 응원해준 것처럼 요한의 있는 그대로를 응원해준다. 요한에게 요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준 사람인 것이다. 주변에 이렇게 무제한적으로 응원을 해주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종말주의자가 된 희망이도 인생에서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에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 어느때보다 꼭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책리뷰] 벌거벗은 한국사

벌거벗은 한국사 : 인물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ㅣ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8월

조선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단순히 이 인물은 이런 일을 했고 이런 사람이었다만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시대적 배경까지 같이 설명해 주어서 그 사람에 대한,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사도세자와 어우동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전까지 사도세자는 단순히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영조의 너무나 과한 기대와 꾸짖음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펼쳐보지 못하고 죽게 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지금으로 보면 학대나 가스라이팅 아닐까 싶다. 신하들 앞에서 심하게 꾸짖어 세자로서의 위상을 아주 떨어뜨려놓으면서 결국 사도세자로 하여금 자신을 못 믿게 만들었다는 것이 한 개인의 인생을 아주 망가뜨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우동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이미지 때문에 당연히 기생일 줄 알았는데 양반가의 딸이었고 또 여러 남성과의 불륜 스캔들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는 거, 그런데도 그 남성들 중에 어느 누구도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는데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종 때부터 그놈의 유고 사상이 자리 잡게 되었고, 그 본보기로 어우동이 이용당했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미 이전부터 여성의 인권은 보장되진 않았겠지만 이 계기로 여성의 자유가 더 억압되었기 때문에 안타까웠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을 만나면서 그 시대상과 현시대상을 연결해 볼 수 있게 시각을 확장해 주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책 리뷰] 재수사 1

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장강명 작가님의 책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알쓸범잡2>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로서 굉장히 익숙한 작가님이었다. 알쓸범잡에서 범죄 소설을 집행 중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남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소설 중 신촌과 연세대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자세하게 나와서 설마 했는데 작가님이 연세대학교 출신이셨다. 꽤나 익숙한 학교의 건물 이름들이 많이 나와서 중간중간 학생 때 생각도 났다. 역시 자신이 잘 아는 곳을 소설에 녹여내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2년 전 신촌에서 발생한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살인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강력 범죄수사 형사들의 이야기와 범인의 독백과 같은 이야기가 각 챕터마다 교차되면서 나온다. 점점 범인을 향해 달려가는 형사들과 끝없이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는 듯한 범인의 속마음을 교차해가면서 읽는 것이 꽤나 신선한 전개였다. 사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형사들이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을 그린 챕터들이 더 읽기 재미있고 편했다. 특히, 범인의 독백이 다루는 내용이 도스토옙프스키, 계몽주의와 같은 철학적 이야기여서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꽤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도 그런 철학적 고찰을 넣음으로써 이 범인이 어떤 세계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신선한 이야기의 전개였다. 막 굉장히 범인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1권이 끝나버려서 빨리 2권을 읽어보고 싶다.

[100자평] 재수사 2

재수사 2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1권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2권에선 어떤 얘기가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책 리뷰] 계간 자음과모음

자음과 모음 2022.여름 - 53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이번 자음과 모음 계간 집은 ‘그림책'을 주제로 다양한 글들이 엮어졌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 때문에 읽지 않은지 꽤나 오래되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는 생소한 분야이기도 한데 그림책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히 그림책 자체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림책과 여성’, ‘그림책 테라피’ 같이 넓은 범위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이 나와있어서 흥미로웠다. 사실 계간지를 읽어본 게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책의 두께와 수많은 작품에 조금 압도당했었는데 쉬엄쉬엄 읽다 보니 나름 편하게 읽혔다.

아이는 맑고 또렷하다. 내가 그림책에 원하는 것은 실은, 세계의 불가능한 명료성에 대한 나의 갈증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명쾌하고 가닿을 수 없는 어떤 정수.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경이로운 세계, 그 생의 초반을 온몸으로 부딪쳐서 살아내는 어린이라는 존재에 경의를 표한다.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