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살아 있는 매 순간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겠지. 
‘오늘, 모든 일이 만천하에 드러날 거야‘ 라는 생각으로 늘 고통 받겠지. 가령, 사소한 변죄와 비행-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는 작은 거짓말들-을 저질렀다고 치자. 정말 두려운 건 범죄와 비행 자체는 아닐 것이다. 자신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키는 게 더욱 두려울 것이다. 그 두려움은 절대로 떨쳐버릴 수 없다.
문명과 야만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넘어가면 혹시 그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그 선을 정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걸, 10억분의 1초에도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그저 손만 내밀면 그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선을 겁낸다.
그 선을 넘은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의문이 떠오른다. 끔찍한 발각의 순간을 기다리며 평생을 낭비해야 할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는 더 이상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어둠에 다달았으니까. 끔찍한 해방이랄까. 그러나 나는 어둠에서 힘겹게 빠져나오며, 내 죽음을 통해 가장 참아내기 어려운 건 아이들과의 이별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251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 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271
질문.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는 것은?‘
 답, ‘텅 빈 지붕‘, 다른 답. ‘자유‘ .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278
여행에는 언제나 논리적인 구조가 있다. 모든 여행은 출발하고 돌아온다. 그러나 나 여행은 콘크리트 도로를 끝없이 따라갈 뿐이었다. 도착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315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 피사체가 프레임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모든 게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366
경험이란 실수를 좋게 포장한 말일 뿐이다
-소니 리스턴(복서)

375
극복이 안 돼 그냥 덮고 사는 거야. 그냥 눈에 안 띄게 밀쳐 둔 거지. 그 일은 내 머릿속 한 곳에 그 어두운 방이 늘 존재하지. 아무리 애써도 없앨 수 없는 방.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는 방.

412
9.11 사건 때 숯 검댕을 칠한 듯 온통 검은 재가 내려앉은 얼굴에 놀라 희둥그레진 눈을 찍었던 그 인물사진 기억해? 그저 ‘사진 한 장‘ 이었지만 세상의 눈을 온통 사로잡았잖아. 왜 그랬을까? 단 하나의 이미지에 그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사건의 비극성을 함축했기 때문일 거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니까. 한 장의 이미지로 한 인간이 내포한 고뇌의 깊이를 다 보여줄 때 보도사진은 최고의 힘을 발휘하잖아. 자기가 해낸 일이 바로 그거야.‘

415
일주일 동안 나는 미국 생활의 자명한 진리 중 하나를 깨닫게 됐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 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발행인, 잡지 편집자, 제작자, 갤러리 주인, 에이전트들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사람은 낙오자로 취급될 뿐이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밝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모두 그 사람에게 전화한다. 성공의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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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안락은 결코 공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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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왜 멈추어야 하나? 동쪽으로 가서 대서양을 가로지르지 못할 이유가 뭔가? 이대로 계속 달리지 못할 이유가 뭔가?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119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 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213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가오겠지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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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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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붙잡느라 실체를 잃지 않도록 조심하라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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