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가 중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은 바흐의 「푸가의 기법」이다. 바흐는 죽음을 맞기 전에 그 작품을 통해서 단순한 것에서 출발하여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는 점진 기법을 일반 대중에게 설명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는 바람에(그는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한창 열정적으로 하던 작업을 그만두어야 했다. 결국 이 푸가는 미완성인 채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바흐가 그 작품에 자기 이름의 네 글자 B, A, C, H를 새겨 넣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바흐는 그 푸가의 마지막 주제 가운데 하나를 자기 이름을 가지고 만들었다. 독일어로 B는 시, A는 라, C는 도에 해당한다. H는 B와 마찬가지로 시를 뜻하지만 B가 시 플랫임에 반해서 H는 그냥 시를 나타낸다. 결국 BACH를 음으로 나타내면, 시 플랫, 라, 도, 시가 된다.
바흐는 마침내 자기 음악의 내부로 들어간 셈이다. 그는 제왕들처럼 무한을 향해 상승하기 위해서 자기 음악에 의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