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도 않고 단지 흑과 백으로 표현되어 있는 그림책<꽉찬이 텅빈이>는 딸 아이에게 어떻게 보여질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어느 날 꽉찬이와 텅빈이가 만나게 됩니다.
둘은 처음에 만나서는 서로 자기 자랑을 하기에 바쁩니다.
꽉찬이는 꽉찬이대로 텅빈이는 텅빈이대로 자기의 만족을 서슴없이 얘기하던 어느 순간,
둘은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힘든 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기를 원하지만
텅빈이가 꽉찬이에게로 들어가려니 이미 꽉찬이는 가득차 있어서 들어갈 수 없고 꽉찬이가 텅빈이에게로 들어가게 되면 텅빈이는 사라지게 될 상황이였습니다.
과연 이 둘은 서로가 되어 볼 수 있게 되었을까요?
이 책 <꽉찬이 텅빈이>는 철학하는 아이로 아이들이 읽는 철학책입니다.
철학책하면 어려운 느낌이 들어 어른이 저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 <꽉찬이 텅빈이>는 철학책이지만 철학책 같지 않은 그림책과 가까운 느낌이 들어 아이가 쉽게 읽고 아이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제 딸은 이 책 <꽉찬이 텅빈이>를 읽고 마침 독서 삼행시가 숙제였는데 텅빈이로 삼행시르 지었습니다.
제 딸이 지은 텅빈이 삼행시는
텅 - 텅텅 빈 친구의 마음
빈 - 빈 곳을 내가 채워주고 싶다
이 - 이 마음을 어떡하지?
아마도 <꽉찬이 텅빈이>를 읽고 텅빈이의 텅텅빈 마음이 마음 아팠었나 봅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처음에는 그 사람에게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어른인 저도 아직까지 누군가를 처음 만나 마음을 나누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에게 무조건 맞추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 책 <꽉찬이 텅빈이>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 나의 모습 그대로를 서로 맞추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맞추어 가면서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관계가 진정으로 사람간의 관계인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였습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힘이 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 <꽉찬이 텅빈이>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