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 학부모가 된다는 것
이현주 지음, 김진형 그림 / 수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딸바보가 그랬어를 너무 재미나게 읽었던 생각이 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어졌습니다.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너무 궁금 했습니다.


엄마는 회사 잘 다녀올게

너는 학교 수업 잘 들어~~

작가는 아침마다 그렇게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라 

저렇게 인사를 해 본적은 없습니다.

잘 다녀와.. 

오늘도 친구들과 재밌는 하루 보내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와....

코로나19로 학교를 잘 안 가는 요즘의 인사는

내일은 학교 안 가는 날이니 

오늘 정말 즐거운 하루 보내구 와...

친구들하고 재미나게 놀구,

선생님하고도 즐거운 수업하고와.

안타깝지만 이런 인사를 합니다.

학생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획득한 아이는

사제지간이라는 낯선관계와 학습이라는 의무를 마주할 것입니다.

때로는 재미있겠지만 때로는 답답할수도 있고,

때로는 가고 싶겠지만 때로는 가기 싫을 것입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의 부담감을 다루는 방법과

그것들을 견뎌낸 후 찾아오는 성취감도 알게 될 것입니다.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에게 무엇을 도와 주어야 할까 

많이 고민했지만,

사회 생활이란 어른이었던 저도 어려운 것이어서

같이 헤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닌 아이가 우리를 도와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친구 같은 딸이 되어 주었습니다.


 


네가 자라난 만큼 엄마는 얼마나 자랐을까

엄마가 된 후로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넘무 많아져서

습관적으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달라질수 없는 문제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힘을 아껴서

바꿀 수 있는 다른 일들에 쓸 수 있도록.

엄마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국영수를 잘하는 것이 아닌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 같은게 아닐까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모든 고민은 결국 시간이 지나니까 해결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저마다의 속도록 자라나고 있는데

제자리에 멈춰 있는 어른들이 

오히려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됩니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가 1학년이라는 말을 저도 실감하게 됩니다.

전 아이를 셋이나 키웠지만,

아이가 매번 1학년일때마다 저또한 매번 1학년이 됩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것지만,

저 또한 어느 순간 아이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의 아이에게

우리 아이의 책상은 거실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사실,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려고 그 자리에 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자기가 하는 모든 모습을 엄마가 봐 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크면 엄마가 지켜보는 걸 불편해 할 것이지만,

지금은 전부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저녁 산책을 좋아하는 것도,

김치를 먹기 시작하는 것도,

받아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할머니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알고 있는 걸

엄마는 자꾸만 뒤늦게 알고 맙니다.

엄마가 정신 없는 동안 아이 스스로 자란 걸까요.

챙겨 주지 못해 더 빨리 큰 걸까요.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줄 압니다.

그리고 엄마를 꿰뚫어 봅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네가 친구 같은 딸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나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자꾸 말하는 이유는

엄마가 정말 좋아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의 아이에게 

한 번이고 네 번이고 열 번이고 사랑한다고 계속 답해줍니다.

먼 훗날 아이가 커서 사랑을 하게 될 때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라고 확신하면서

상대방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나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의 아이가 사랑받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기를.

상대의 애정에 지나치게 고마워하거나 저자세가 되지 않기를.

자신을 많이 좋아해준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용기 있게 먼저 고백할 수 있기를.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몰라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말입니다.

저 또한 아들 둘만 키우다가

딸을 키우다 보니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이기보다는

거칠고 딱딱한 엄마가 되기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열 번은 "엄마 딸 사랑해"라고 일부러라도 얘기를 해줍니다.




그래요 우리, 같이 할 수 있는 건 계속 같이 하자

아무 의심 없이 남의 말을 잘 따르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말씀 잘 들었어?"

"선생님 말 잘 듣고 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배에서 나오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었다가

너무 일찍 하늘로 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사무치게 알고 있으면서도...

어른들의 말은 수없이 들으라고 말하면서

과연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는 걸까요.

제 딸이 말을 하고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제가 말을 합니다.

그럼 제 딸은 저에게 "엄마, 내 말 좀 들어봐."합니다.

'아, 그럼 또 엄마 얘기만 했구나.'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어, 미안 이제 엄마 너 얘기 들을께 엄마 말 안하고 얘기해봐."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더 많이 제 얘기 보다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어딜 가나 아이와 손을 잡고 다니는 것입니다.

아이는 손 잡는 걸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늘 꼭 부여잡는 바람에 손바닥에 땀이 차고 맙니다.

또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어찌나 속상해하는지 모릅니다.

손 잡는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꼭 잡은 손의 체온으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고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작아지고 날 향한 마음이 있다고 안도합니다.

때론 서로에게 못 해 준것이 많다고 아쉬워하지만

어쩌면 서로의 손을 꼭 잡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해주고 있는게 아닐까.

어느 순간 아이와 손을 잡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해지고 

오히려 먼저 손을 내미는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작은 손이 잡아주는 건 엄마의 손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인 것을...

아이가 학교에 가면 엄마도 학교에 갑니다.

아이가 줄넘기를 배우면 엄마도 줄넘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엄마의 행동반경은 아이가 배우는 것과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집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아이가 뭔가를 하길 원한다면 엄마도 그것을 해야 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규칙이었습니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책을 읽습니다.

엄마가 운동을 하면 아이도 운동을 합니다.

엄마가 일찍 자면 아이도 일찍 잡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 덕분에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요즘 우리 아이를 위해서

핸드폰과 티브 리모콘을 잠시 손에서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손으로 책을 잡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당장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천천히 바뀔 거라고 믿고 앞으로도 핸드폰 대신 책을 제 손에 꼭 쥐고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