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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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 사는 일은 굴곡이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중략)....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길을 그만 걸을 것이 아니라면, 출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힘을 얻은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벨 훅스의 책은 바로 그런 베이스캠프와 같다.”(12쪽)

그렇다. “지금” 벨 훅스를 “같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를 통해 벨 훅스는 ‘강인한 흑인 여성’등 소수자를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는 표현 역시도 모범적 소수자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프로파간다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가모장’같은 말에는 속지 말라고, 실제로는 갖지 못한 힘을 소유했다고 상상하는 그럼 마음이 오히려 현실에 대항해 싸울 가능성을 자꾸 줄인다(32쪽)는 그의 지적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우리 한국사회에서 가모장이, K-장녀가, 신모계사회, 여성상위시대, 알파걸의 등장이 여성에 대한 초과노동, 초과착취의 다른 버전일뿐임을 우리는 온몸으로 겪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항상 아웃사이더로,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 속에서 주눅들어 힘들어 하던 어린 벨 훅스에게 유일한 지지자였던 그의 할아버지는 “우리가 이 세상에 속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여러 가지가 있고, 내가 속할 곳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것은 내가 할 일”이라고 말해주었고(224쪽), 그는 책을 마구 읽으며, 그 속의 말들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만들어갔다고 한다.(225쪽). 김동진 또한 페페연구소라는 1인 연구소를 열고 이런저런 일들은 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한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나와 내 딸들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229쪽)는 고백을 한다. ’나 혼자 살다 죽을 세상이 아니라 내 딸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내 작은 발걸음으로 이 세계가 페미니즘의 방향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으로.(229쪽) 나는 이 구절에서 조금 울었다.
50대 기혼여성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삶의 기준을 붙들어보려 애쓰며 주변의, 가족의 비난과 관계의 단절을 겪어가며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그랬다. 적어도 내 소중한 딸들이, 자매들이, 후배들이 더 이상 그들의 존엄을 훼손당하지 않고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고 힘을 보탠다는 심정이었다. 기성세대인, 어느 편에서 보면 기득권자일 수 있는 내가 나의 자리를 만들과 공간을 확보해나가는 것. 그 공간과 자리가 나만의 자리가 아니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 어느 한 구석이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버틴다. 벨 훅스의 목소리를 좇아, 든든한 베이스 캠프인 그녀의 지적 창고를 든든한 보급처 삼아 무엇보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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