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문지아이들 165
강인송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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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있죠, 여기 이상한 작가가 있어요. 어린이 여러분들이 내 책을 라면 받침으로 쓰더라도 잘 읽어만 줬다면 상관없어요.” 라고 말 하는 작가 말이에요.

오호, 그럼 일단 라면 받침으로 쓰기 적당한지 볼까요? 일단 두께는 합격! 너무 두껍지도 너무 얇지도 않아 딱 알맞아요. 그런데 막상 라면 받침으로 쓰려니책이 너무 예쁜 것 같아 마음에 걸리네요. 특히 이 여자 아이 그림말이에요. 두 팔을 하늘로 쫙 뻗고 무척 환하게 웃고 있잖아요. 풍선처럼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아요. 아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 위로 뜨거운 냄비를 올릴 순 없죠. 그럼 한 번 뒤집어 볼까요? 뒷면이라면 뭐, 괜찮지 않겠어요?

어엇, 그런데 이것 참 야단났네요. 뒷면에 있는 어린이들도 만만치 않게 어여쁘지 뭐예요. 짓궂은 표정의 아이도, 해맑은 표정의 아이도, 도무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도. 다 어디서 본 것만 같고, 어디선가 마주친 것 같고, 말을 걸면 씩 웃으며 대답해줄 것 같단 말이죠. 에잇. 이걸 어떻게 냄비 받침대로 쓰겠어요. 투덜거리며 책을 한 번 펼쳐 봅니다. 아참, . 그러고 보니 잘 읽어만 줬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잖아요. 그럼 먼저 읽어봐야겠죠?

이 책엔 네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어요. 곱슬곱슬, 곱슬 사랑,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지오가 웃던 순간에, 피어나, 화영이죠. 어린이에 대한 애정 넘치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는 사랑스러운 단편 동화들이랍니다

네 편의 동화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입니다. 그 애들은 서툴러 실수도 하고, 무심코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때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잘 해 내지 못 해 속상해하기도 하지요.

곱슬곱슬, 악성 곱슬머리를 가진 열세 살구오슬, 힘 좋기로 유명해 오해를 사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평화주의자인 차마니, ‘학교에서 육 년 동안 쌓아 올린 명성을 똥쟁이라는 오명으로 똥칠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루아, ‘잘 못하면 좋아하는 것도 안 되냐?’고 묻는 화영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가만히 불러 봅니다. 다정한 빛깔로 그려진 이 아이들은 한여름 내리쬐는 햇빛처럼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납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아득히 환해져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네요. 이런. 아무래도 이 책은 라면 받침으로 쓰긴 아깝겠어요

마음이 속상할 때. 기분이 울적할 때,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을 때. 그 때를 위해 책장에 자리를 마련해 두어야겠어요.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말이죠. 언제라도 이 책을 펼쳐 보면 더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때처럼 마음이 보송보송, 말랑말랑해질 거예요.

아 그리고 있죠, 사실은 아까 전하지 않은 작가의 말이 하나 더 있어요.

여러분이 많이 웃고 가끔만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재미난 것들로 시간을 꽉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따분하고 지치는 일들은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든 해결해 볼 테니까, 여러분은 부디 매일 신나기를 바랍니다.”

, 이토록 든든한 약속이라니요. 이렇게나 기꺼운 환대라니요.

시무룩한 오늘을 보낸 여러분, 속상해서 눈물 찔끔 했던 여러분, 토닥토닥 위로 받고 싶었던 여러분. 속는 셈 치고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를 한 번 펼쳐보세요. 우리의 마음을 톡톡 두드리는 건 사실 별 게 아니잖아요너도 그런 적 있었어? 나도 그런 적 있었어. 끄덕끄덕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는 시간 덕분에 우리는 또 씩씩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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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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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잊고 있던 엽서 한 장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꽃을 품은 고래가 그려진, 환하게 아름다운 엽서였지요. 그 날 엽서 위로 어룽거리던 햇빛, 낮게 울리던 친구의 웃음소리, 간간이 불어오던 따뜻한 봄바람 같은 것들이 잠깐 떠올랐습니다. 천천히 오래 걸었던 바닷가, 향이 좋던 커피, 기분 좋게 일렁이던 어떤 감각들도요

그 순간들이 무척 그리웠나 봅니다. 김민철 작가의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읽고 한참 멍하니 있었던 걸 보면요. 푸르른 책의 표지를 오래 들여다보다가 뒤적뒤적 엽서를 찾아보기 시작한 걸 보면요.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 김민철,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이 책은 문득 슬픔에 허덕이는 당신에게’, ‘제 몫의 희망을 챙기기로 한작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아주 다정한 기록입니다.

이름 있는 당신, 혹은 이름 없는 당신에게 보내는 이 살가운 편지들은 이렇게나 단정하게 우리 앞에 놓여 있네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들이 무심코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특별할 거 하나 없는 풍경 사진들을 찬찬히 더듬어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예상치 못했던 전염병의 창궐로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마비되어버린 요즈음, 쉽사리 집 밖으로 나가지 못 하는 요즈음, 베란다에 작은 의자를 하나 가져다 두고 종종 이 책을 들춰 봅니다. 누군가가 정성껏 기록한 반짝이는 순간들을 천천히 오래 음미하기 위해서 말이죠.

창밖의 풍경은 시시각각 바뀝니다. 햇빛이 찬란했다 사그라지고, 어제는 피지 않았던 꽃이 오늘은 피어 있고, 하늘의 빛깔이 서서히 달라집니다. 이 책은 그 풍경과 참 잘 어우러집니다. 그냥 지나치면 별 것 아니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어떤 아름다운 것들과 닮아 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며 오래 전 찍어 놓았던 필름 사진을 발견한 것처럼 가만히 미소 짓게 되는 이유는 잊고 있던 그리운 순간들이 언뜻언뜻 희미하게 떠오르기 때문이겠죠

알 수 없는 울적함에 가라앉고 있는 당신, 절박한 순간들 때문에 발작처럼 서러워지는 당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애달프게 그리워하고 있는 당신. 모르는 얼굴로 지나쳐도 불쑥 안부를 묻고 싶은 많은 당신들에게 이 책이 주는 위안을 전하고 싶네요.

 

 

우리, 다시 여행을 하는 거야. 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이미 네게 기억이 많잖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잖아. - 김민철,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미디어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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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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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VR 게임 속 세계에서 만난 두 아이가 진짜 삶을 살아내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였어요. 25회 창비 좋은어린이책원고 공모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이죠. 창비 좋은어린이책 수상작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퀄리티가 좋아서 항상 기대를 하며 읽습니다.

이번에 서평단으로 선정 되어 미리 가제본을 받아 읽어봤는데요, 덕분에 아주 즐거웠답니다! 정식 출간된 책도 봤는데 컬러로 된 표지도, 안에 삽화들도 시선을 확 사로잡더라고요

<마지막 레벨 업>은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었어요속도감 있는 전개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어 독자를 순식간에 판타지아 세계로 이끕니다. 탄탄한 구조와 의미 있는 질문들, 생생한 캐릭터들도 한데 잘 어우러져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했네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재미있었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진짜 나와 가짜 나는 어떻게 구분할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삶을 정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었고 의미 있는 사유들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닌 동행이고, 진짜 우정은 우리에게 놀라운 기쁨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거예요.”

작가의 말에 나온 구절인데요, 작가가 말하고 싶어한 바를 정확하게 구현해 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습니다. 짜릿한 가상 세계는 힘든 현실을 잊게 하는 달콤한 유혹지가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진짜 삶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함께 생각 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영원히 꺼지지 않을 진짜 반짝이는 빛은 어디에 있을까요?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선택해 떠난 모험의 끝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요

조금 헤매고 돌아도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를-. 작품 안에 담긴 이 메세지가 오래 마음 속에 맴돌았습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대한 모험의 일부라면, 우리는 모두 용기 있는 모험가겠죠. 더없이 찬란한 모험의 순간들을 부디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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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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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고 아름다운 책이다. 오랫동안 사랑 할 수밖에 없는 책.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고 한 번쯤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인생의 책이 될 듯! 몇 번씩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겨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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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부는 사람 - 모든 존재를 향한 높고 우아한 너그러움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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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아릅답다. 이렇게 늙어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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