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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소개하는 책'은 마치 지식in, 네비게이션과 같다. 속이 바짝 말라 시원하고 너른 바다를 원할 때 동해바다로 가는 길을 그려주고, 동해바다에 들러 맛집을 찾고자 할 때 **횟집, 원조**두부 등의 가게를 일러주는 것처럼 '이럴 땐 이런 곳'의 분류와 '~로 향하는 길'의 방법과 '~는 이게 좋다'의 추천과 비추천을 함께 전해주니 무엇보다 친절한 책으로의 안내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나치 친절은 오히려 불편하다. 줄거리를 소개하거나, 작가의 전작과 비교하거나, 간단한 촌평과 인상들을 주로 하는 지금까지의 '책 소개 책'은 뭔가 부족한 뒷물을 덜한 느낌이 든다. 이유인 즉, 본문에 늘어놓은 다양한 책들이 저자가 읽은 책일 뿐, 나는 그저 남의 기억과 비평에 빌붙은 관조자란 생각이 들어서다.
하여 그간의 '책을 소개하는 책'들과 모양새를 달리하는 망구엘의 이 책을 집어들었다. 꼭 토요일 오후 세시, 나른한 서점의 주인아저씨를 닮은, 그러나 그가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는 사실에 화륵 놀라고 마는, 저자에 끌려 찬찬히 읽어내렸다. 망.구.엘. 그 얼굴과 그 이름의 친근함으로 활자들도 달게만 보였다.
이 책은 하나의 일기다. 망구엘의 1년간의 여정을 쫓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12권의 책을 선정해 매달 한 권씩 그는 그의 일상과 몹시 흡사한 책들을 소개하지만 줄줄줄~~~~~~ 읊어대는 고루함을 보이진 않는다. 집안의 담벼락을 수리하다가, '집'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소개하거나,,,, 수 년 만에 재회한 친구의 얼굴을 보며 잃어버린 시간과 잃어버린 고국을 갈망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소개한다. 망구엘의 사소하고, 평범한, 그리고 나른하며, 때론 감각적인 일상들이 참 좋다. 그가 선택한 책보다 오히려 나는 그 일상에 끌려 이 책이 더욱 값지게 된다.
책과 일상의 찬란한 스밈. 책 속에 나의 일상이 언뜻 비췄다. 책도, 일상도 참으로 반짝거린다. 자신의 나른한 오후 세시 같은 일상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싶을 때, 우리네 살림과 꼭 닮은 그의 일상을 훔쳐보는 건 어떨까.
맘 같아선 별표를 다섯 개 주고 싶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책 중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책이 다섯 권밖에 안 돼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별 하나를 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