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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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슴이 뜨겁고 심장이 뛰어 숨을 크게 내쉬어야 했다.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로운 일이 무엇일까 되짚게 해준 책이다. 쓴 작가도, 읽는 우리도 그 시절 그분들의 삶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위안이 될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프고 모든 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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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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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가 무의미하다. 기승전결이 필요없다. 한 사람의 삶이 곧 줄거리고 기승전결이다. 스토너는 삶을 사랑했고 어떤 순간에도 감사했다. 어쩌면 불행이 당면한 때에도 그는 묘하게 그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 몇장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고 거짓말처럼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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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펭귄클래식 101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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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 이 네 자매 이야기를 보고 읽으며 자랐다.
그때의 마음이 그리워서 다시 읽었다.
네 자매의 든든한 맡언니 메그.
허영심이 잠재하고 부자 남편을 만나기를 바라지만
결국 가난하고 신실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조.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되곤 했다.

버려진 인형을 보살피는 데다
모든 것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셋째 베스.
수줍음 많고 피아노 치기와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버려진 인형을 아끼는 이유는
그것이 버려졌기 때문이라는 문장 앞에서
잠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영특한 에이미.
어떻게 처신하는 게 부유함을 얻는 길일지 잘 아는 아이.

그밖에도 네 자매를 아끼는 로렌스 할아버지와 로리, 메그를 사랑한 로리의 가정교사 존? 가정부 해나 할머니, 엄격한 숙모 할머니 등의 등장인물이 있다.

작은 아씨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착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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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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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이별자들의 행동들이
어찌나 예전의 나와 닮았던지......
언젠가 우유만으로 버틴 적이 있다.

얼마 동안인지는 모르겠다. 몸무게가 41~2를 왔다 갔다 했다.
그때는 배고프지 않았고 새벽기도에 새벽반 외국어학원까지,
글도 제일 잘 써졌고, 뭘 해도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힘들었다. 복받치는 감정으로 인해.
그때 깨달았다.
어떤 시련에 맞주했을 때 배가 고프다면 
그리 힘든 일이 아닌 것이고,
배가 고프지 않다면 죽을 만큼 힘든 고비인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육체의 굶주림으로 내 상황을 파악했다.
(단순하게 들리겠지만 - 밥 때가 되어서-
배고프다=힘들지 않다, 배고프지 않다=힘들다,
후자의 경우는 좀체 없다.)

 

함께 읽던 박진희박은 개인적으로 내가 이 작가를 알고 있고,
이 작가에게 내 경험을 얘기한 게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 '페넬로페'까지 나온 건
정말 우연일까.

심리학책을 좋아한다.

읽을 때마다 음, 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그런 애가 버젓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
우선은 '하나님' 덕분이고, 그다음은 '내가 글을 쓰기' 때문이야.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는 말도 자주 했다.


요즘 다시 접한 김형경 작가는
여전히 내 안의 끝내지 못한 애도작업을 후벼팠다.
이전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다.
(그 바쁜 마감 중에 읽었으니, 힘들었던 걸까?^^;)


사랑을 한번쯤 다시 하게 된다면
그때는 미리 이별을 준비할 것 같다.
그것 또한 잘못된 애도작업 때문이라고 김형경은 말했지만,
우리가 이별을 견딜 수 없는 건
단 한번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앞으로도 수없는 이별을 할 것이다.
늘 곁에 있는 박진희박도 언젠가 떠날 것이고
(내가 먼저 떠날지도 모르겠다, 남미로?^^)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
버팀목 대장님
그리고 또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 없이 함께일 수는 없으니까.

나는 그 이별들을 애도하기 위해
언젠가 글을 쓰고 싶다.
비록 첫번째를 김형경 작가에게 뺏겼지만
내 안에 잠재된 이별의 그림자는 온전히 내 것이니까.


충분히 사랑하고 쿨하게 헤어졌지만
이별은 여전히 질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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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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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그 같은 비밀의 감정은
마치 끈질기고 숨 막히는 어떤 냄새,
심지어 창문을 열어젖혀 두어도 가시지 않는 냄새와 같은 것이다. 
방탕한 생활에 빠져버린 어떤 친구가
전에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의 관심이 끌리는 쪽은 댄스홀이나 쾌락의 거리가 아니라 어둠이 내릴 무렵 여인들이 옷깃을 스치며 지나가며 나직한 목소리로 유혹의 말을 건네 오는 한적한 골목길들이라는 것이었다. 
강렬한 감정치고 깊이 감추어진 감정이 아닌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태리의 어느 오래된 도시 교외에 살고 있을 적에 나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포석이 고르지 못하며 매우 높은 두 개의 담장 사이에 꼭 끼여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곤 했다.
시골 바닥에 그처럼 높은 담장들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는 사월이나 오월쯤이었다.
내가 그 골목의 직각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를 때면 강렬한 재스민과 리라꽃 냄새가 내 머리위로 밀어 닥치곤 했다. 꽃들은 담장 너머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꽃 내음을 맡기 위하여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서 있었고 나의 밤은 향기로 물들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두고자 했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 장 그르니에, 『섬』 중에서



언젠가 그 아이가 감동에 겨운 얼굴로 이 책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밴쿠버에 있었는데, 이 책이 너무 궁금해서 느려터진 밴쿠버 서점에서 찾느라 속이 터질 뻔했다. 물론 그곳에는 내가 찾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서점 컴퓨터만큼이나 느려터진 직원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친절한 목소리로 이 책을 주문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래,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한참 남았으니까 주문해야겠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주문을 부탁했다.


알고 있었다. 느려터진 서점 컴퓨터, 느려터진 직원, 그리고 느려터진 배달 시스템. 그래도 읽고 싶은 마음이 더 컸으니까 기다리기로 했다. 하루, 이틀, 삼일, 기다리는 것조차 잊고 있을 때,
그렇게 3주가 걸려서 장 그르니에 <섬>을 원서로 갖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하루면 원하는 책을 모두 가질 수 있는 한국에서 기다림은 짧고, 그만큼 잊는 속도도 빨랐는데, 뭐든 느리게 처리하는 이곳 밴쿠버에서는 기다림이 길어지는 만큼 소중한 것들이 늘어갔다. 책을 사서 들고 올 때는 또 얼마나 기뻤던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은유적이고, 사색적인 글 때문에
미친 듯 사전을 찾아 헤매야 했고
사전적 의미를 알더라도
그 속뜻을 이해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사실 나 스스로도 이해했는지, 안 했는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

그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선물하기 위해서
나는 또 한 번 느려터진 서점을 이용해야 했다.
이번에는 책이 오는 데 한 달이나 걸렸고,
하는 수 없이 나는 내 책을 선물했다.
 
가끔씩, 한국어로 된 이 책을 사서 읽어볼까 했지만
이상하게 그저 막연하게만 이 책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나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
다만 이따금 어디선가 장 그르니에의 문장들을 볼 때면
반가워서 그때, 낯선 땅에서의 우정과
다시는 오지 않을 지나간 순간들에 대해 기억한다.

 

행복한 순간 또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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