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한국을 이야기하자 이어령 라이브러리 21
이어령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2000년대를 살아가는 10대이다. 8.15광복이나 6.25, 4.19는 교과서에 정형화 된 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외워야 하는 것들에 지나지 않고, 가장 최근의 독재정부인 노태우, 전두환들의 만행도 내 기억 속에는 없다. 1970년대에 실감했던 한국의 원동력, 세계를 놀라게 한 가능성, 산업의 발전 역시 내 기억속에는 없다. 엘레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자판기처럼 튀어나가는 사람들도, 음식점에서 빨리빨리라고 재촉하는 사람들도, 내 기억에는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에서 그럼그럼-이라는 공감대를 얻기 힘들었다.[몇 가지 내용은 제외]

물론,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좋았다. 한국이 고작 몇십년 사이에 낳아질 정도로 괜찮은 나라는 아니기에, 필자가 지적한 문제는 한참이 지난 지금도 여지없이 껴앉고 있는 부분이 대부분이었다.[솔직히 내가 이 책에 가슴이 우러나올 정도로 절실히 공감을 한다면, 그게 더 비극이 아닐까.]

다만, 몇 가지가 맞지 않았다는 것일까. 그래, 그 몇가지가 말이다. 여권신장을 다룬 부분을 읽는데 거의 3일이 걸렸다. 몇 줄 읽다가 말고 책을 내팽게쳤기 때문이다. 일개 학생에 불과한 내가 이런 말을 지껄이는 그 자체가 솔직히 우습지만, 그는 대체 우리나라의 여권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런걸 쓴 것일까. 그가 과연 여자였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것은 어차피 남자이기에, 여권 신장문제는 그들에게는 썩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단지 좀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장식품으로 '이제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주절주절 달고다니는 것 뿐이지. 그는 추락해가는 남성의 권위에 대해 애석해 했다. 그 권위에 인생을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그는 알고 있을까. 부당하게 부여된 권위를 공평히 나눠서, 저울의 수평을 맞추자는 것 뿐인데, 그러한 여성들의 노력조차 그는 가슴이 아펐던 걸까. 아니면, 차마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다-라는 지당한 논리가, 연로한 필자에게는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나는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일축했다. '보수'다-라고. 또 다른 세대차이를 느낀것도 같아서 마음도 언짢았다. 단지 내 수준이 너무 낮았기에 그런 글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덧. 한국은 우수하다. 한민족도 우수하다. 그런식으로 세뇌하고 강조하는 마음, 이해는 할 법 한데, 왜 꼭 '일본보다'우수하다.라고 하는걸까나. 꼭 '버드나무를 닮은 창기의 문화'라고 까대야만 직성이 풀리는건가. 솔직히 그런식으로 발악하는 것도 추하다. 어른들은, 그런거 모르는걸까.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