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그의 소설은 언제나 담담하다.

'삼전도의 굴욕'이란 치욕스런 비극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차분히 읽고 있으니 쳐다보기도 싫어 한쪽으로 덮어두었던 그 비극이 새로운 힘을 얻어 !!!    말하고 있었다.

비극적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치열한 아주아주 치열한 삶이 있었다고,,,, 

 

이상하게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척화, 주화를 떠나 차라리 경건해보였다. 뜻한바를 접어 굴욕적으로 살지 않으리라 외치던 그속에서 생을 이어가고자 했던 척화 김상헌의 주장도, 이를 뜬구름잡는 소리라 근심하여 실용적 대책을 내세운 최명길의 주화도 모두 옳은 주장임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었다.

다만 과대포장하여 높이 치켜세우지 않고, 한쪽의 편을 들어 내치지 않는 작가의 중립적 태도는 오히려 임금인 인조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사실 인조는 그닥 눈에 띄는, 쉽게 좋아지지 않을 그런 그저그런 임금이었다. 굴욕시리즈의 원조 '삼전도의 굴욕'의 주인공이 아닌가,,,

세상을 한가지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 단순하고 중요한 진리를 나는 인조를 보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왕조를 지키지도 못하고, 쉬운 일조차 쉽게 용단을 내리지도 못하는 인조의 모습에서 사람의 향기가 났다. 사실 세종이 그당시 태어났던들 뾰족한 수가 있어보이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펼쳐보이면 말그대로 소소한 일과를 적어놓은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상황묘사가 가득한 이책은 얼핏 소설 특유의 매력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담백한 서술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속상하고 애처롭고 또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런지?

나는 그의 이 짜임새있는 전개능력이 거침없이 담박한 문체만큼이나 대단하다 느껴졌다.

 

닫힌 공간에서 한정된 식량으로 죽을 날을 손에 꼽는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수없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청군과 성안에서 굶어 혹은 얼어 죽어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명분과 생의 욕구를 양손에 꼭 쥔 임금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미치지 않은게 다행이라 느껴졌다. 아니 미쳤으면 차라리 나았겠지,,, 양손을 놓아버린 셈이니까,,,

 

선비의 나라 조선이 참 안쓰럽고 미련해 보이다가도

그럼에도 힘이 없어 서글프면서도

강한 생명력으로 끈질기게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자부심을 조금이나마 가져본다.

 

역시 용맹스러움 보다는 의연함이 더 어울리니까,,,,

냉정과 열정사이 2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읽는내내 냉정과 열정사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아직 공지영편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꼭 읽어야쥐,,, ^^ )

전체적으로 냉정과 열정사이와 많이 닮았다. 한때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두 남녀가 헤어진 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지내다가 긴 시간이 지난후에 재회한다. 같은 작가여서 그런지 이 책의 준고는 준세이와 많이 닮았다. 뭐라 그럴까? 매우 감성적이고, 섬세하다.

스토리 자체는 (있을법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어떤 당위성(?)을 염두해 둔 듯하여 다소 진부하기는 하다. 묘사에 있어서도 (일본 소설은 - 비록 몇 작품 못봤지만- 특히 묘사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어쩔땐 한편의 수필을 읽는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 스토리를 너무 의식해 한국과 일본의 닮은점, 다른점 등이 주를 이룬것 같다.

그럼에도 읽는 중간중간 가슴이 아린 순간이 있었다.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그 감성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꿈틀거렸다. 이 점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 책의 특유한 감수성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점인것 같다.

한편 이 소설에서는 윤동주의 시가 많이 등장하는데, 왠지 모르게 입가에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가? 이 씁쓸함의 정체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지수다. 과연 일본인이 윤동주의 시세계를 이해할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일본인이 우리의 윤동주를 높이 평가하는데에 대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자부심과 우리만의 윤동주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치졸한 생각까지,,,  나의 이 씁쓸함은 어처구니없게도 이책의 메세지를 정확하게 벗어나고 있다. ㅎㅎㅎ  아니 반작용으로 튕겨져 나간셈이다.

암튼,,,,

냉정과 열정사이와 많이 닮은 이 책은 역시 그녀의 이야기도 듣고 싶게 한다. 공지영편의 홍이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무엇이 그녀를 한국으로 돌아오게 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들을 기억하며,,,

책만 보는 바보 ㅣ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오랜만에 너무 좋은책을 만나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끝이 보임이 아쉬운 책,,,

조금더, 조금만 더 읽고 싶고, 공감하고 싶어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고 싶은 책이다,,,

신분의 굴레속에서 가슴 가득 한을 머금고 있는 그들에게서

나는 따뜻한 사람내가 풀풀 풍기는, 그럼에도 다른 어떤 위대한 위인들보다 훨씬 더

정갈한 선비들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이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나 이다,,,,

이덕무를 비롯해서 벗하나, 하나 모두가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향해, 심지어

사람들이 비웃더라도 괘념치 않고 모든 열정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볼때 나는 한없이 작아

지는 나를 느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것을 끝없이 추진하는 모습들이란,,,

특히

결국엔 발해고를 편찬하기에 이르는 유득공과,

북학의를 저술한 박제가의 모습에서

올바른 신념을 가지는 것과 그 신념을 지키는것,

그리고,, 그 신념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리고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열정이 나는 너무 부럽다.

너무 존경스럽다...

너무 부끄럽다...

다른 한편으로는,,

벗의 사귐에 있어서 그들은 얼마나 따뜻한가...?

또 얼마나 배려가 있는가?

끼니 때문에 아끼는 책을 팔아야 했던 이덕무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책을 팔아 술을

대접하는 유득공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단것을 좋아하는 이덕무를 위해 단맛이 나는 모든 음식은 싸가지고 오는 친구들의 그

마음씀씀이 하나가 나는 눈물나도록 정겨웠다..

그들이 서로 의지했던 것은 한스런 신분 때문이 아닐게다..

올바른 생각과 온 마음으로 하는 섬김, 그리고 벗에 대한 배려 하나하나가 그들의 우정을

가치있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특징에는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확확 틀어박혀 결국엔 줄을 하나도 칠수가 없을정도였다라는 것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사시간에 배웠던 실학의 지존들이 너무나 가까운 모습으로, 한없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또한 한없는 열정을 쏟았는지를 너무 자연스럽게 확인할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결국은 실학은 이상에만 그쳐 실생활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라는 국사책속의 한줄은 단골시험 메뉴로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이를 실생활에 적용시키기 위해 실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실제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어쩜 우리의 교육현실은 이리도 간략한것을 좋아하는지,,,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책의 뒷부분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는 이덕무의 생각에서 나는 소름끼치는 공감을 느꼈다.. 이건 현재의

우리가, 내가 하던 생각이 아니던가?

"하지만 말이다, 어쩌면 저 아이들에게 우리 시대는 그저 흘러간 옛날이고, 우리는 그저 옛사람

으로만 남아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옛날과 그때의 사람들이 , 지금 우리에게 그러한 것 처럼.

우리가 웃고, 슬퍼하고, 탄식하던 생생한 시간들은 '옛날'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진 채 기억 저편에서

가물가물해질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어쩐지 서운하다"

이덕무님,,, 그러나 우리는 당신의 이 글로 인해 더욱더 당신들을 기억할것입니다.

그리고 존경할것입니다.

당신들의 치열한 삶을 그대로 본받을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나의 우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