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사계절 아동문고 103
이진하 지음, 정진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의 방학을 맞이하다 보면 나도 어린이였던 때가 있었다는 게 새삼 생각난다. 사실 방학이어서 신나는 점은 크게 없었다. 첫 일주일만 지나면 방학숙제 압박에 제대로 놀거나 쉬었다는 생각은 없었다. 빈둥빈둥하면서도 초조한 마음이 계속 깔려 있었는데, 문제는 그 숙제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손을 대는 것조차도 힘들었다는 거다.

구봉이와 준보처럼 잔머리라도 굴러 보았다면 이리저리 헤매다가도 숙제하는 길을 찾았을텐데 그런 것도 할 줄 몰랐다. 그저 티비 앞에 앉아 이비에스 시간이 안오기를 빌었던 게 다다.
그 때는 숙제를 봐주는 어른이 없다는 게 큰 핑곗거리였는데 지금 보니 구봉이, 준보, 경수 같은 친구가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부딪히면서 나와 통하는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지를 확인하고 개학해서도 더 친해지는 게 방학의 의미였을텐데, 나의 방학은 그런 장면들이 부족했다.
어른을 닮아가면서, 어른과 비교하면서 어린이는 어른이 된다. 쉬운 길을 알았던 경수는 사실은 그게 부끄러워했고, 대충 가려고 했던 준보는 뜻하지 않게 친구들과 열심히 하는 길 쪽으로 가게 된다.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도 않은 평범한 방학생활을 보내면서 어린이 인생에서는 큰 전환점을 돌고 온 삼총사 덕분에 21세기의 방학이 정겹게 다가왔다.

(오준보, 방구봉, 구경수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진건지 우리 딸은 맞췄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