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춘기 사계절 동시집 19
박혜선 지음, 백두리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시집 <바람의 사춘기>를 소개하려고 자판을 쳐다보다가
아끼는 팟캐스트부터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하거나 설거지할 때 이어폰 끼고 듣는 팟캐스트 중에 인터넷문학라디오 "문장의 소리"가 있다. 다양한 문학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우연히 동시를 주로 짓는 박성우 시인이 출연한 에피소드를 듣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 누구나 최초로 쓰게 되는 문학이 동시였다고, 하지만 점점 아이의 마음과 멀어진, 외우고 시험치는 것에만 집중하는 학교 현실이 아쉬워서 그만큼 더 동시를 짓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또, 팟캐스트 "이안의 동시 이야기"는 아예 매번 동시들을 읊고 뜻을 헤아리면서 외워보는 것을 시인이자 진행자이신 두 분이 직접 한다.

시를 짓는 마음.
시를 외우는 마음.
시를 외우는 것을 듣는 마음.
시를 읽는 마음.
시를 읽는 것을 보는 마음.
시와 라디오와 시집을 연결하다 보니
어느 새 바람의 사춘기까지 왔다.

아이와 나는 새삼스레 올해의 봄을 맞으면서
사춘기가 언제 문을 두드릴지 몰라서
일단은 느긋한 척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올해의 봄에 만나기엔 이른가 싶어서)
이미 겪어본 사춘기지만 나처럼은 아니길 바라며 그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 나,
이게 도대체 무엇일지 몰라 여러 안내서만 들춰보는 아이.

아이는 4월 내내
(내가 은근슬쩍 펼쳐둔) 동시집을 오며가며 보더니,
가끔씩 자기 모습 같은 동시를 나도 읽어보라고 들이댄다.

한 귀로는 네 마음의 주인은 너야-라고 하면서도
한 귀로는 네 마음대로 하면 안돼-하고
적당히 눈치껏 하길 바라는 나 때문에
아이는 오늘도 갈팡질팡 학교학원집을 오간다.
일주일 동안 놀이터 한 번 가는 것도 힘들어진 4학년.
동생을 데리고 등하교를 시작했고
혼자 문구점 가서 돈을 써보게 되었고
공부 욕심도 생기고.

사실 그게 다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얘네들은
자기 마음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나는 세탁소에 간다)
남의 사정도 헤아리고 있었다는 걸(창원 철물, 태양이 진다, 표지판)
누군가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함께, 어떤 무덤)

동시집 바람의 사춘기를 읽으며 아이를 더 헤아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