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없는 여행 - 떠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기 위하여
마고캐런 지음 / 가지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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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없는 여행>

#1
여행은 가는 장소와 만나는 사람 자체가 깨달음이다.
익숙한 공간이나 사람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다. 내가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져서 그럴 수도 있다. 새로운 경험은, 자고 있던 솔직한 나를 깨워 일으켜 세운다. 여행에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이나 모습을 보게 된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죽은 자를 위한 도시,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죽음에 관한 생각을 접는다.
진짜 죽음의 모습이,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낫겠지….’
하지만 막연함의 실체를 만나게 될 때는 생각이 달라진다. 어쩌면 막연한 동경이 일어날 때, 직접 실체를 만나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죽음을 보고 죽음의 생각을 접었던 것처럼.

#2
생각이 좋은 것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것이다.
몸은 그곳에 갈 수 없어도 생각은 갈 수 있다. 저자는, 생각에 따라, 지하철 2호선에서도 베를린의 거리를 느꼈다고 말한다. 미팅을 위해 사람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하는 마음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3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공간이나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도 있다.
한동안 7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음악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음악을 들으면, 내 생각은 그 시절로 돌아간다. 음악에 담긴 사연이 있으면, 그 사연 속으로 돌아간다. 입꼬리가 오르기도 하고, 실소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그때는 죽을 만큼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순간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비슷한 것 같다.
죽을 만큼 고생하고 상처를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미소를 짓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니, 그럴 수 없는 사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4
음식에 대한 기억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계기로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기도 하고, 다시는 보기도 싫은 음식이 생기기도 하다.
음식을 보고 떠오르는 사람이나 장소 그리고 시간이 있다. 음식과 마주할 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끼니마다 장을 봐서 식사한다고 한다. 최근에 집에서 밥을 자주 먹게 되는 상황에 비추어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매일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먹지 않는 닭고기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했다는 이야기는, 참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저자는 그 음식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음식 이상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5
똑같은 물건이라도, 그 물건에 대한 사연이 있다면 특별한 물건이 된다.
흔한 연필 한 자루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준 연필은, 연필 이상의 가치를 품게 된다. 저자는, 여행하면서 주워온 돌을 모은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그냥 흔해 빠진 돌멩이일 뿐이지만, 저자는, 돌을 주웠던 장소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 같은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은 여행할 때, 그 나라의 흙을 가져온다고 한다. 여행의 흔적을 주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 이외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행 기록법이 있는 것 같다. 여행할 때, 이런 목적을 가지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6
여행은 자신에 의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저자는 여행한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도 있었지만, 떠날 수밖에 없는 마음이 그녀를 떠밀었다는 생각이 든다. 떠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진짜 떠나야 할 여행을 찾았다는 것이다. 외부로만 돌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자신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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