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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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다섯 권의 월터 테비스의 책 중에서 SF 장르는 두 작품이다. 바로 <모킹버드>와 <지구에 떨어진 남자>이다. 최근에 디스토피아와 SF 장르에 관심이 생겨서인지 나는 이 두 작품을 서평책으로 신청해 읽게 되었다. <모킹버드>의 해외 리뷰들을 보면 이 책이 <멋진 신세계>와 <1984>를 섞은 소설이라는 평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모킹버드>는 앞선 두 책들보다는 덜 암울한 결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먼 미래 지구, 유일한 메이크 나인 로봇 스포포스의 자살 기도로 시작된다. 스포포스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스포포스의 프로그램은 자살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년 자살을 기도하는 스포포스의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다. 로봇이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하려는 까닭은 무엇인지 말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스포포스의 자살에 성공 여부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스포포스는 도시에서 직업을 바꿔가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없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읽을 줄' 안다는 인간 남자 폴이 등장한다. 먼 미래의 인간들은 '읽기' 능력을 상실한 채 살아갔기에,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인간 폴은 무성 영화 속 자막을 깨치운다. 그는 점차 세상에 관한 의심을 키워가며 우연한 기회로 만난 자유로운 영혼의 메리 루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 소설은 읽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읽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읽는 행위는 능동적이며, 사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재해석하는 일일 것이다. 읽고 쓰고 말하는 행위는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로봇에게 모든 생각을 미루고, 감정과 인간성마저 잃어버린다면 누가 로봇이고 인간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평 #월터테비스 #독서 #책 #모킹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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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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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을까?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말했듯이 나이가 들수록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만남을 갖지 않게 된다. 나와 맞는 사람을 한 번에 찾아내고 싶다는 이상적인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처럼 누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

소설 속, 앙드레 지드의 <팔뤼드>를 좋아하는 ‘나’는 출근길에 습관처럼 떡집에 들른다. 어느 날 ‘나’는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떡집 아들(나는 그를 속으로 티튀루스라고 부른다)을 만나게 되고 그와 썸 아닌 썸을 타게 된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 성아는 떡집 아들과 만나지 말라고 말하는데….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사랑과 일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은 회사원 ‘나’,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둔 친구 성아, ‘나’와 썸을 타는 의뭉스러운 떡집 아들 티튀루스이다.

‘나’에게 떡집 아들을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는 친구 성아는 오래 만난 남자친구의 마음이 잠시 다른 곳을 향했음을 알고 헤어진다. 이건 성아가 용납할 수 없던 무엇이었지만 그녀는 결국 전 남자친구와 재회해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사랑에 빠져 자신이 믿던 것을 저버리며, 용납할 수 없던 것을 받 아들이고, 사랑을 감싼다.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하는 성아야말로 제대로 된 사람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성아가 말하는 제대로 된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티튀루스는 성아의 기준에서는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티튀루스는 관계를 정의하거나 발전시키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기까지 한다.

결국 그가 개를 데리고 오지 않은 산책길에 ‘나’는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 묻는 대신, ‘이렇게만 만나는 게 지겹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티튀루스는 ‘나’에게 무언가를 제안하고…. ‘나’는 그 제안을 듣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다는 그와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한 선택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티튀루스의 제안과 주인공의 선택이 인상적이었고, 초단편 소설로서는 짧고 임팩트 있는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평 #북다 #김화진 #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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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외젠 들라크루아 그림, 안인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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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 철학자였다. 그는 독일의 대표적인 문학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실존주의와 로맨티시즘 등의 다양한 문학적, 철학적 흐름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한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 이 서평 글의 주인공인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꼽을 수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하고 꺼내 든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았다. <파우스트>는 술술 읽히는 서간체 형식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는 달리, 시 형식으로 쓴 희곡이자 분량이 엄청난 대서사시이기 때문이다.

<파우스트>는 중세의 대학자이자 마법사인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을 맺고 온갖 모험을 계속하는 일종의 판타지 작품이다. 이 책은 두 개의 계약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1부와 2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2부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를 다룬다. 내기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두고 펼쳐진다. 그의 영혼이 천국에 가느냐, 지옥에 가느냐는 기독교적 사유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내가 <파우스트>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바로 그레트헨의 비극에 관한 내용이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의 연인이자 비극적인 운명으로 끝나는 인물이다. 이 파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괴테가 1772년 한 여인이 영아살해죄로 처형된 사건에 충격을 받고 <파우스트>를 구상했다는 내용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레트헨은 이 여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른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의 연인으로 그에게 사랑의 유혹에 빠지고 아이를 갖는다. 그러나 그녀는 형제의 죽음 이후 고립과 공포심에 두려워하다 스스로 갓난 아기를 죽인다. 결국 교회에 의해 처형당하는 최후를 맞이하는 그레트헨의 모습은 비극적이나 쉽게 유혹 당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하며 읽은 책이었다. 희곡을 읽어보지 않은 이라면 읽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책의 주석이 많고 꼼꼼할뿐더러, 해석과 장 별 요약 또한 잘 되어 있어 좋았다. 특히 컬러로 인쇄된 명화가 중간에 들어가 있어 이 훌륭한 소설과 함께 명화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교양을 쌓기 위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파우스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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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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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무를로바의 책 <거꾸로 흐르는 강>은 청소년과 성인 둘 다 즐길 수 있는 프랑스의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토멕은 자신이 운영하는 잡화점을 방문한 소녀에게 반해 그녀가 찾는 신비한 물을 찾으러 떠난다. 첫눈에 반한 그 소녀를 위해 죽지 않게 만드는 물을 찾아 떠난 토멕은 망각의 숲을 지나 향수마을과 존재하지 않는 섬을 모험한다. 거꾸로 흐르는 강인 ‘크로크강’의 정체는 무엇이며, 토멕은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 신비한 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모험 소설을 즐겨봤던 독자라면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책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은 상상력으로 가득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그래픽 노블로도 접할 수 있는 이 책은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며,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모험하는 동화 이야기에 가깝다. 환상적인 동화의 이야기는 자칫 유치해보일 수 있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머릿속에 생생한 모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아 새로운 모험/판타지 청소년 소설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프랑스 소설에 집중해봐도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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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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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

솔직히 말하건대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이 책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내게 의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아냐고 묻는다면 나는 "네, 제가 바로 그 분야의 1등입니다!"라고 얘기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나에 대해 말해보겠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가장 기괴한 의례, 의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선물 바꾸기' 문화였다. 여학생들 사이에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그 의례는 주로 상대가 원하는 선물을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구입해 교환하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구입 링크를 보내주는 식으로 가격을 맞추어 선물하고 또 자신도 그 비슷한 조건으로 선물 받는다. 그때의 나는 그 문화 행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번 돈도 아니고 용돈을 받아 그렇게 선물 교환식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중요한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라 선물 교환에서 오는 상대를 생각하고 또 깊이 신경 썼다는 그 행위였다는 걸 안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케이틀린 오코넬의 작품으로 야생동물의 의례들(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내가 지키고 있는 못하는 의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인사 의례를 살펴보자. 나는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이웃 주민을 알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했을 때조차 인사하지 않고 지나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용기 내서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꽤나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이 놀라운 경험을 떠올리니 책의 한 구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간단한 인사라도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비록 상대가 낯선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눈을 맞추면서 미소를 띠며 인사말을 내뱉을 때 보람을 느낀다. 과학자들은 인사를 받은 사람이 웃어주면 우리 마음이 긍정적인 기분으로 가득 차오른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한 날에 더욱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그와 더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p.58)"

그리고 앞서 말한 선물 의례에 대해서 이 책은 선물 의례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더 의미가 있다. 이 의례에서는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사용할 때마다 그 사람이 떠오르기 때문에 선물한 사람은 물건에 비추어 영원히 기억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물을 받은 사람은 선물을 준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회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마워하는 일 역시 의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선물이 줄 때 더 의미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것 또한 선물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는 인사와 선물 두 가지 의례에 대한 내용만 다루었지만,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더 많은 재미있는 동물과 사람의 의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령 '구애' 파트는 굉장히 흥미로운 파트 중에 하나였다. 자연과 동물이 이야기하고 중요히 생각하는 이 의례들을 우리는 어쩌면 지나친 개인주의에 빠져 너무 무관심하게 흘려보내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위치, 자신의 위치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에서의 나의 역할과 배려, 타인을 신경 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사하며 뽀뽀하고, 그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선물하고, 큰 소리를 노래를 부르며 웃고,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해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것 이 모든 의례들은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가며 삶을 평화롭고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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