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가 있다면..... 평소엔 잘 안보이다가 물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아가미로 숨쉴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한 적 있다. 과학이 미래의 삶과 연계되며 한창 이것저것 대입해서 생각하던 순간에 누구나 상상할 법한 것이기도 하다. 지느러미가 생기고, 색깔이 변하고, 손가락이 길게 뻗어나오는 외계인 '자이밀리언'이 지구인과 살아가야하는 미래의 환경속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은 작가의 호기심과 반짝이는 눈빛을 바로 앞에서 보는 듯 신비로우면서도 현실적인 면까지 보이는 과학소설 같았다.특히 자이밀리언이 지구인과 계약맺고 살아야하는 시대에 그들 사이의 혼혈 자이밀리언들은 외계 행성인도, 지구인도 아닌 입장이 되고마는 걸 볼때 우리 안에 다름을 차별하고 분리시키려는 지독한 본성을 다시 보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과연 우리가 자이밀리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우리가 자이밀리언의 친구라면 그를 '지구인'으로 동등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남유하 작가의 최신작도 담겨있다. '로이 서비스'라고 해서 죽은 사람의 기억과 유전정보를 이용해서 입력한 인공지능 인간과 6개월정도 함께 살 기회를 얻는 서비스였다. 살아계실때 효도하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조금이라도 더 옆에 있기위해 만드는 한시적 복제인간같은 개념이었다. 이 책 역시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로이서비스로 옆에 둘것인가? 찬반입장에서 살펴볼 때 각각의 장단점은 뭘까?이 외에 허진희의 '오 퍼센트의 미래'도 눈길을 끈다. 인간이 수명을 알 수 있다면? 이란 가정에서 출발한 작품같다. 100세까지 산다고 통보받은 사람은 마음껏 계획해서 꿈을 펼쳐가지만, 55세까지 산다고 통보받은 사람은 하루하루가 허무해진다. 어차피 배워봤자, 어차피 해봤자.. 그런데 예상수명을 알아보지 않고 사는 1인이 있다면 그 사람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과연 나는 내 수명을 알아보고자 할까? 알고도 태연하게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삶'이란 미래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너무나 궁금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고싶어지는 작품이었다. 또 이덕래 작가의 '알람이 고장난 뒤'란 소설도 의미심장했다. 일단 기억전달자의 구성과 유사한 부분이 있긴하지만 함께 다뤄도 좋을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다. 배꼽에 설치한 배꼽시계가 모든 걸 알려주는 데로 살면되고, 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직업이 주어진다 그러나 주인공 소녀의 배꼽시계가 고장나서 루저빌로 추방당하고만다. 과연 루저빌은 정말 루저들만 사는 곳일까? 양쪽 세계의 삶을 비교해보며 우리 자신의 모습도 되새길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어떤 작품이든 Any other question?이란 질문에 새로운 질문이나 토의가 되는 것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독자의 생각의 지평을 열어주는 일이고, 이 책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해주는 1권임에 분명하다
'시간을 걷는'이란 수식어를 보자마자 '길'이 떠오르는 인문학책이다. 역시 작가는 머리글에도 길에 대한 생각을 적어두었다.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누구나 드는 첫 생각은 모호함일거다. 인문학이 뭐다 사전적 정의는 물론이고 '집', '옷','랩', '음식' 등 여러분야로 연결지은 인문학 책들이 서점에 즐비하면서 더욱 막연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 그자체에 관심을 가진다는 공통점을 생각하며 접근하면 한결 쉬워질거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 역시 사람들이 걸어온 길과 스쳐온 시간을 되짚어가며 삶을 생각하고, 역사와 문화 무엇보다도 지리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 여겨진다.누군가가 걸으면 곧 길이 되고, 그 길을 따라 생기는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화로 발전하고 역사로 기억되고 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 '누군가'는 사람이기도 했고, 동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은 시간의 역사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땅에도 바다에도 하늘에도 길이 아니고서는 갈 수 없는 지리적 특징도 한층 더 새롭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길 위에 선 사람과 사람들과 우리가 이미 인문학이란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작가는 이 책에서 총5장에 걸쳐서 시간을 걷고 있다. 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은 제1장에선 길이 생기는 방법과 길의 의미에 대해 우리의 생각도 펼쳐볼 기회를 준다. 제2장에선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곳과 저곳, 이 나라와 저 나라를 잇는 길의 배경을 보여준다. 길을 통해 개척의 과정이 있었고 때론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으로 인한 기쁨도 있었지만 수탈과 침략의 수단이 된 길도 공존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제3장에서는 길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볼 수 있다. 특히 대관령 아흔 아홉굽이 전설은 할머니께 전해듣는 옛이야기의 재미에 빠지는 기분이 들게 했다. 제4장에선 경제발전과 전통사이에서 딜레마가 될 수 있는 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뚝 솟은 고층건물 사이에 애처롭게 놓인 기와집 한 채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추억을 뒤로한 채 발전을 이룬 지역의 경제활성화가 안도감을 갖게 하기도 해서 마음이 갈팡질팡해지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5장은 과연 자연환경과 공존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상 이런 고민의 출발이 인문학의 출발점이 아닐까?인문학에 대해 한 걸음 더 내딛여보고 싶거나 이제 처음 알아가려고 마음먹은 이들이 읽어보기에 편안하게 읽힐책이라 나의 인문학 서재에 담아본다.
그 흔한 잔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이 있다.늦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공감이 제대로 된다!그시절이 떠오르며 너를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