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는'이란 수식어를 보자마자 '길'이 떠오르는 인문학책이다. 역시 작가는 머리글에도 길에 대한 생각을 적어두었다.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누구나 드는 첫 생각은 모호함일거다. 인문학이 뭐다 사전적 정의는 물론이고 '집', '옷','랩', '음식' 등 여러분야로 연결지은 인문학 책들이 서점에 즐비하면서 더욱 막연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 그자체에 관심을 가진다는 공통점을 생각하며 접근하면 한결 쉬워질거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 역시 사람들이 걸어온 길과 스쳐온 시간을 되짚어가며 삶을 생각하고, 역사와 문화 무엇보다도 지리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 여겨진다.누군가가 걸으면 곧 길이 되고, 그 길을 따라 생기는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화로 발전하고 역사로 기억되고 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 '누군가'는 사람이기도 했고, 동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은 시간의 역사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땅에도 바다에도 하늘에도 길이 아니고서는 갈 수 없는 지리적 특징도 한층 더 새롭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길 위에 선 사람과 사람들과 우리가 이미 인문학이란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작가는 이 책에서 총5장에 걸쳐서 시간을 걷고 있다. 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은 제1장에선 길이 생기는 방법과 길의 의미에 대해 우리의 생각도 펼쳐볼 기회를 준다. 제2장에선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곳과 저곳, 이 나라와 저 나라를 잇는 길의 배경을 보여준다. 길을 통해 개척의 과정이 있었고 때론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으로 인한 기쁨도 있었지만 수탈과 침략의 수단이 된 길도 공존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제3장에서는 길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볼 수 있다. 특히 대관령 아흔 아홉굽이 전설은 할머니께 전해듣는 옛이야기의 재미에 빠지는 기분이 들게 했다. 제4장에선 경제발전과 전통사이에서 딜레마가 될 수 있는 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뚝 솟은 고층건물 사이에 애처롭게 놓인 기와집 한 채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추억을 뒤로한 채 발전을 이룬 지역의 경제활성화가 안도감을 갖게 하기도 해서 마음이 갈팡질팡해지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5장은 과연 자연환경과 공존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상 이런 고민의 출발이 인문학의 출발점이 아닐까?인문학에 대해 한 걸음 더 내딛여보고 싶거나 이제 처음 알아가려고 마음먹은 이들이 읽어보기에 편안하게 읽힐책이라 나의 인문학 서재에 담아본다.
그 흔한 잔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이 있다.늦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공감이 제대로 된다!그시절이 떠오르며 너를 이해하게 된다!
내일이 궁금한 우리가 지난날의 길을 만나 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