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캘린더에서 봤을 때부터 눈에 띄는 제목에 관심을 가졌던 작품입니다. 마법세계와 이력서라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함께 있다고 생각해서 흥미로웠어요. 마침 알라딘 연휴기념 심쿵이벤트로 고민 없이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해위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미리보기를 할 방안이 없어 일단 책소개만 보고 질렀습니다만 문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좀 집중이 안 됐는데 갈수록 편히 읽었던 것 같네요. 다만 작품 자체가 무거운 작품은 아니고, 1인칭에 가까운 3인칭 시점이라 주인수의 어휘표현이 서술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서 취향 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살짝 가볍고 유치한 면이 어느 정도 있어요.
작품 세계관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좀 특이하다고 생각해요. 게임판타지 같은 현대판타지 느낌인데요. 마나, 마법, 검사, 마왕.... 등등이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판타지 느낌이 물씬 나느냐, 하면 대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게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상황들은 그냥 일반 현대사회 같아요. 예를 들면 마나로 얼음을 얼릴 수 있다는 게 아주 기본적인 세계관임에도 불구,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탕비실에서 직접 물 올리고 믹스 커피를 타는 평범한 모습이거든요. 마법은 던전 안에서 공략할 때나 쓰기 때문에 판타지 부분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요소를 제외하고는 작가님이 세계관을 나름 빈 공간 없이 잘 짜셨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수가 일하는 한국던전관리공사, 던전청소사업 등과 같이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이해관계의 갈등과 대립이 판타지 한 스푼 더해져서, 독자도 꽤나 그럴싸하고 현실적인 문제로서 공감할 수가 있었거든요.
이 작품의 줄거리는 소개글대로 취업 판타지가 딱 맞는 설명이라고 생각되네요. 주인수가 높은 스펙을 가지고서도 취업난을 겪다가, 한국던전관리공사라는 기업에 들어가 회사 생활을 배우고 겪으며 나름의 성장을 하는 스토리인데요. 사실 1권~2권 초반까지만 읽으면 정말 '내가 비엘판 미생을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구직 스토리와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기가 줄줄이 나열됩니다. 특히 1권은 주인공수의 러브라인이 궁금했던 저로서는 불필요하게까지 느껴졌던 친구들 이야기, 신입사원 연수 이야기, 동기들 이야기가 정말 많아서 집중이 힘들었어요. 둘의 관계가 진전은 하고 있지만 참 더뎠거든요. 그리고 2권에 들어가선 본격적인 회사 생활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말 이것은 미생인가 싶을 정도로 진상 상사와 동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러브가 보고 싶었던 건데 어느새 주인수의 회사생활에 함께 지쳐가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3권까지 진행이 되면서 작가님이 꿋꿋하게 등장인물이나 회사문제를 자세히 서술하셨던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적재적소에 사건이 배치되면서 작품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다준 것 같아요. 복선과 떡밥 회수를 적절히 하셨다고 생각해요.
사건 중심이냐 감정 중심이냐 하면, 확실히 사건 중심인 글입니다만 그렇게 러브가 부족한 글도 아니긴 합니다. 속도가 더디긴 더디지만 2권에서 관계도 정립하고 겨우겨우 좋은 밤도 보냅니다. 그냥 예쁜 커플이었어요. 서로간의 갈등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되거든요. 짝사랑공X노말수의 귀여운 동갑내기 커플입니다. 둘 다 잘 생겼고요, 둘 다 능력도 좋고요. 고등학교 동창, 회사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정석코스를 밟습니다. 공이 참 순정공인데, 수도 저를 좋아해주는 공을 무지 좋아해줍니다. 둘 사이의 텐션을 얘기한다면 딱히 없어서 아쉽네요... 씬은 전권 통틀어 두번? 세번? 나옵니다.
주인수가 구직-취업-사회생활을 겪으며 고민하는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장르소설엔 일반적으로 딱히 없는 작품의 주제의식을 작가님이 놓지 않으셨다는 게 보여서 약간의 호, 너무 현실적인 문제라 제쳐두고 러브만 보고 싶은 독자의 마음으로 약간의 불호가 갈리긴 합니다. 그래도 그런 치열한 고민들을 통해서 주인공수 커플의 사랑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은 사실이네요.
중간중간 교정 오류가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오타나 등장인물 이름 표기 실수가 꽤 보였구요. 기본 오탈자 제외하고도 파트7 맨 마지막 문장은 끝이 잘려있고, 교정 보다 만 문장이 반복 된 부분도 있었네요. 출판사 측에서 수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감상은 평범하게 잘 읽었습니다. 연휴임에도 책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 작품 하나는 그래도 끝내서 다행이에요.